계족산 품은 옥류각과 비래사 이야기

1. 도심 가까이 숨 쉬는 유교와 불교 문화유산
대전 대덕구 비래동, 계족산 오름길 초입에 자리한 이곳은 맑은 계곡물 소리가 먼저 방문객을 맞이합니다. 이 계곡을 따라 조금만 오르면 조선시대 누각인 옥류각이 바위 위에 걸쳐 앉아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옥류각은 대전광역시 유형문화유산 제7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바로 옆에는 보물 제1829호인 목조비로자나불좌상을 모신 비래사가 함께 자리해 유교와 불교 문화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특별한 공간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2. 송준길을 기리는 조선시대 누각, 옥류각
국가유산포털에 따르면 옥류각은 1989년 3월 18일 대전광역시 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으며, 건립 시기는 1693년 숙종 19년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소재지는 대전광역시 대덕구 비래동 467번지이며, 조경건축·누정에 해당하는 유적건조물입니다.
이 누각은 조선 효종 때 대사헌과 병조판서를 역임한 동춘당 송준길(1606~1672) 선생이 자연을 벗 삼아 머물던 별서 자리에, 그의 제자인 제월당 송규렴(1630~1709) 등 문인들이 1693년에 스승을 기리기 위해 세운 것으로 전해집니다. 다만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서는 원래 인조 시대(1623~1649) 송준길과 문인들이 학문을 위해 세운 건물을 1693년에 중수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어, 건물의 역사가 더 오래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대덕구청 문화관광 자료에 따르면 옥류각은 정면 3칸, 측면 2칸의 홑처마 팔작지붕 건물로, 1639년(인조 17년)에 건립된 것으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국가유산포털과 대덕구청,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간에 연대 표기에 차이가 있으나, 이는 건물이 오랜 세월 여러 차례 보수와 중수를 거쳐 현재에 이르렀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옥류각의 가장 독특한 점은 건물 배치입니다. 계족산에서 흘러내리는 계곡 물줄기를 건물 아래로 관통시키듯 지어졌으며, 바위 사이에 서로 다른 높이의 기둥을 세워 마루 틀을 짜는 하부 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앞면은 계류를 향하고 있으며, 측면으로 출입하는 독특한 구조를 지니고 있습니다. 입구 쪽 2칸은 마루, 나머지 1칸은 온돌방이며, 마루 둘레에는 난간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옥류(玉溜)’라는 이름은 ‘골짜기에 옥같이 맑은 물이 흐른다’는 뜻으로, 계곡의 아름다움을 담아 지은 이름입니다. 건물 왼쪽 암반에는 송준길 선생의 글씨로 전해지는 ‘초연물외(超然物外)’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으며, ‘옥류각’ 현판은 곡운 김수증(1624~1701)의 글씨입니다.
3. 은진 송씨 문중의 강학소에서 사찰로 변모한 비래사
옥류각 옆에 자리한 비래사는 대전 대덕구 비래골길 47-74에 위치한 사찰로, 계족산 자락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 절은 은진 송씨 문중이 후손들의 학문 공간으로 세운 강학소를 승려가 지키면서 자연스럽게 사찰로 변모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1647년(인조 17년)에 중수된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비래사의 가장 큰 자랑은 목조비로자나불좌상입니다. 국가유산포털과 정부 정책브리핑에 따르면 이 불상은 등신대보다 약간 작은 크기로, 차분하고 단정한 조형미를 지닌 조선시대 불상입니다. 2014년 7월 2일 대한민국 보물 제1829호로 지정되었습니다. 소재지는 대전광역시 대덕구 비래골길 47-74(비래동)입니다.
불상은 1651년(효종 2년)에 제작되었으며, 밑면에 새겨진 기록을 통해 조각가 ‘무염(無染)’이 제작했음이 확인됩니다. 무염은 17세기 전반에 활약한 조각승으로 평가받으며, 이 불상은 그의 대표작으로 꼽힙니다. 불상은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아 오른손 검지 위에 왼손 검지를 올린 지권인(智拳印)을 하고 길상좌에 앉아 있습니다. 네모지면서도 둥근 얼굴에 옅은 미소를 띠고 있으며, 둥근 어깨와 넓은 무릎으로 안정된 자세를 취하고 있습니다. 옷주름 표현은 섬세하고 우아한 특징을 지니고 있습니다. 제작 시기와 조각가가 명확히 확인되어 17세기 불교조각 연구의 중요한 기준 자료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4. 유교와 불교가 어우러진 비래골의 문화 풍경
옥류각과 비래사가 특별한 이유는 유교 전통의 누각과 불교 신앙의 사찰이 한 골짜기 안에서 나란히 자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은진 송씨 동춘당 송준길과 관련된 옥류각과 초연물외 암각이 자리한 바로 옆에 비래사가 있어, 두 문화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비래동 고인돌에서 옥류각과 비래사를 거쳐 계족산으로 이어지는 길은 가볍게 산책하며 문화유적을 둘러볼 수 있는 코스로 조성되어 있습니다. 도심과 가까운 이곳은 조선 후기 선비들의 학문과 신앙의 흔적, 그리고 이를 품은 계곡과 산의 자연 풍경이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옥류각에서는 계곡물 소리를 들으며 마루에 앉아 자연을 느낄 수 있고, 비래사에서는 17세기 조각승 무염이 남긴 불상의 온화한 미소를 마주할 수 있습니다. 멀리 가지 않아도 지역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계족산 자락의 이 두 곳은 자연과 역사, 유교와 불교가 어우러진 대전의 귀중한 보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 옥류각 | 대전광역시 대덕구 비래골길 47-73 |
|---|---|
| 비래사 | 대전광역시 대덕구 비래골길 47-74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