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도심이 미술관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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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도심이 미술관이 되다

대전 중구 원도심의 골목과 전시공간이 현대미술로 이어지는 제2회 대전중구미술축제가 2026년 9월 30일부터 10월 11일까지 열린다. 대흥동과 중앙로역, 테미공원 인근에 자리한 갤러리 10곳이 하나의 전시 동선으로 연결되며, 11명의 작가가 참여해 회화와 드로잉, 설치, 그래픽 등 다채로운 작품을 선보인다.

이번 축제의 주제는 태양을 향해 던져라다. 대전 중구의 형성과 함께 자리 잡은 체육문화의 역사적 의미를 현대미술의 시각으로 다시 살피고, 지역이 보유한 역사와 문화, 예술 자산을 작품에 담았다. 관람객이 원도심을 직접 걸으며 전시장을 찾아가는 방식이어서 거리와 골목, 건물과 작품이 자연스럽게 하나의 축제 풍경을 이룬다.

원도심을 걸으며 만나는 미술

축제는 특정 건물 한 곳에 작품을 모으는 대신 문화예술의 거리를 중심으로 분포한 갤러리 10곳에서 진행된다. 관람객은 지도에 표시된 전시공간을 따라 이동하며 각 작가의 작품세계를 차례로 접할 수 있다.

익숙한 원도심 골목을 걷다가 평소 지나치기 쉬웠던 전시장 안으로 들어가는 과정도 축제의 한 부분이다. 오래된 거리와 소규모 문화공간, 현대미술 작품이 한데 어우러지면서 중구만의 지역적 특성이 드러난다. 전체 전시장을 둘러보는 데에는 약 2시간이 소요된다.

화니갤러리 장정일 작가

대전 중구 대흥로71번길 27에 있는 화니갤러리에서는 장정일 작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장 작가는 미술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한편 사람과 풍경,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자유롭게 변주하는 작업을 이어왔다.

생각이 떠오를 때 남긴 낙서와 눈에 들어온 대상을 기록한 메모가 축적되면서 현재의 작품으로 이어졌다. 전시장에는 대전을 소재로 한 그림과 일상에서 출발한 작업이 층층이 배치돼 있다.

인물의 표정과 형태는 높은 밀도로 묘사됐으며, 도시의 유명인사를 화면 곳곳에 배치한 표현에서는 만화 특유의 자유로운 구성과 재치가 나타난다. 지역의 풍경과 일상적인 기록이 작가의 시선을 거쳐 새로운 장면으로 변주된다.

갤러리꼬씨꼬씨 김진우 작가

대전 중구 중교로 29의 갤러리꼬씨꼬씨에서는 김진우 작가의 전시 각자의 운동이 펼쳐진다. 김 작가는 사회와 충돌할 수밖에 없는 개인의 감정과 이야기를 탐구하며 이를 회화로 표현한다.

전시는 움직이는 생명체마다 고유한 음향이 있고, 증폭된 궤적으로 진동하며 자신과 비슷한 존재를 찾아간다는 설정에서 출발한다. 신체의 움직임은 단순한 운동을 넘어 자아와 감정, 다른 존재와 맺는 관계를 드러내는 장치로 사용된다.

작가는 규칙과 질서의 경계를 벗어나고 싶은 욕망을 신체와 연결된 주제로 풀어낸다. 감정을 과장하기보다 냉정하고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며, 개인의 내면과 사회적 질서가 부딪히는 순간을 화면에 담아냈다.

정영복미술공간의 세 작품세계

대전 중구 중앙로112번길 29의 정영복미술공간에서는 윤종석 작가와 홍원표 작가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건물에서는 딛고 버티고 일어나라라는 문구가 적힌 추세아 작가의 대형 걸개 작품도 확인할 수 있다. 거리에서 바로 마주하는 이 작품은 전시장 안팎을 연결하며 보행자의 상상력과 호기심을 자극한다.

홍원표 작가는 선으로 구성된 만화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유쾌한 캐릭터 바라바빠를 만들었다. 이 캐릭터를 중심에 두고 여러 장르를 오가는 작업을 전개하며, 삶을 한층 유쾌하게 바라보려는 태도와 밝은 에너지를 다양한 그림체에 담고 있다. 작품에는 귀엽고 따뜻한 인상이 함께 나타난다.

2층에는 윤종석 작가의 작품이 전시된다. 윤 작가는 물감을 주사기로 쏘아 화면을 완성하는 방식을 활용했다. 수천 번의 세밀한 터치가 중첩되면서 점묘적 화면이 만들어지고, 가까이에서는 개별 흔적의 정교함을, 멀리에서는 응축된 전체 형상을 살펴볼 수 있다.

동양장B1 추세아 작가

대전 중구 대흥로111번길 30-10의 동양장B1에서는 추세아 작가의 작품을 선보인다. 추 작가는 대전을 기반으로 일러스트레이션과 그래픽, 드로잉, 오브제 등 여러 형식의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축제에서는 운동이라는 말이 지닌 중의성에 주목했다. 물리적으로 움직이는 행위와 사회적 의미를 함께 살피며, 신체의 동작에서 발생하는 감정과 관계의 변화를 이미지로 표현한다.

작품의 바탕은 일반적인 캔버스에 머물지 않는다. 메모지와 책, 잡지의 페이지는 물론 테이프 심지까지 드로잉의 재료가 된다. 배경 묘사보다는 몸의 동작에서 비롯되는 감정과 관계의 움직임에 초점을 맞추고, 이를 물리적인 운동성에 빗대어 시각화했다.

동양장 1층에는 관람객의 참여로 채워지는 공간도 조성됐다. 폐품이 된 책자의 한 페이지를 활용해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고, 완성한 결과물을 벽면에 전시하는 형식이다. 버려진 인쇄물이 새로운 표현의 바탕으로 바뀌며 전시공간의 일부를 이룬다.

갤러리설비원서점 김보람 작가

대전 중구 대흥로121번길 30-5 3층의 갤러리설비원서점에서는 김보람 작가의 작품이 전시된다. 김 작가는 약봉투와 포장지, 생활 속에서 나온 종이를 바느질하는 등 기존 회화의 질서에서 벗어난 매체 실험을 이어왔다. 이번 참여는 지난해에 이은 두 번째다.

전시공간 전체는 하나의 작품으로 구성됐다. 작업은 댄스스포츠인 사교춤의 리듬과 박자, 주변 존재를 만나 움직이는 몸의 현상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한다.

사교춤에서는 상대의 방향을 읽고 속도를 맞추며 서로의 거리를 조절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은 몸과 정신을 집중하게 하는 구조를 만들고, 춤의 움직임이 혼자만의 동작으로 완성될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공간을 채운 작품은 관계 속에서 조율되는 몸의 리듬과 움직임을 시각적으로 풀어낸다.

이공갤러리 위영일 작가

대전 중구 대흥로139번길 36의 이공갤러리에서는 위영일 작가의 작품을 공개한다. 위 작가는 기존 정보를 바탕으로 자신의 의도에 따라 상황과 이야기를 새롭게 구성한다. 작가의 작업 방식은 자의적 설정으로 요약된다.

이번에 제시한 장면은 미국 메이저리그의 양키스 스타디움과 조선 선비 복장을 한 투수의 결합이다. 서로 다른 시대와 문화에 속한 요소를 한 화면에 배치해 월드시리즈가 상징하는 고정된 관념과 익숙한 영웅 서사를 유쾌하게 해체한다.

현실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요소들이 하나의 경기 장면 안에서 결합하면서 낯선 풍경이 만들어진다. 이를 통해 특정 무대에서 반복되는 환상과 영웅신화가 현실을 넘어선 모습으로 제시된다.

우연갤러리 이민혁 작가

대전 중구 대종로 467번길 지하 1층의 우연갤러리에서는 이민혁 작가의 회화를 만날 수 있다. 이 작가는 현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이 겪는 피로와 소외에 주목하고, 이들을 위로하기 위해 그림을 그린다.

작품에는 도시에서 밀려난 듯한 고독한 인물과 욕망과 비애가 뒤섞인 군중이 등장한다. 작가는 이들을 가까이에서 세밀하게 들여다보기보다 먼 거리에서 전체 풍경을 조망하듯 화면에 배치한다.

온기를 머금은 따뜻한 색채는 도시인의 고독과 군중의 복잡한 감정을 감싼다. 화면에는 지친 현실을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보다 밝은 세상으로 나아가려는 염원이 담겨 있다.

문화공간주차 김안선 작가

대전 중구 대흥로157번길 40-12의 문화공간주차에서는 김안선 작가의 작품을 전시한다. 김 작가는 인간의 내면에서 계속 변화하는 감정의 풍경을 몸과 얼굴을 통해 표현해 왔다.

이번 작품은 대전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로컬 여성 스케이터 공동체 스케이트언니들의 활동에서 출발했다. 작가는 스케이트보드 위에서 나타나는 불안정한 몸의 움직임을 사람들이 삶을 이어가는 방식과 겹쳐 바라본다.

해가 지고 달이 뜬 뒤에도 자신의 균형을 찾아 천천히 움직이고, 넘어져도 다시 보드에 오르는 과정이 작품에 담겼다. 각자가 서로 다른 속도로 움직이는 동시에 동료의 움직임을 지지하는 라이딩은 몸과 시간, 관계가 이어지는 장면으로 표현된다.

갤러리다다와 스페이스테미

중앙로역 인근의 갤러리다다에서는 오완석 작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갤러리다다는 대전 중구 대종로501번길 9 지하 1층에 자리한다.

테미공원 인근의 스페이스테미에서는 임한솔 작가의 작품이 전시된다. 스페이스테미의 위치는 대전 중구 테미로44번길 40이다. 두 전시공간은 대흥동 일대의 갤러리들과 함께 원도심 미술축제의 동선을 구성한다.

전시와 참여 프로그램

올해 축제에는 작품 전시와 함께 보고 듣고 대화를 나누는 참여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시민 미술 체험과 공연, 음악회, 작가 대담, 토크쇼 등이 소규모 인원으로 진행되며, 대부분의 프로그램 신청은 조기에 마감됐다.

거리 곳곳에서는 갤러리를 찾아 이동하는 관람객과 작품을 둘러보는 시민들의 모습이 이어진다. 전시장마다 서로 다른 재료와 주제, 표현 방식이 펼쳐지고, 원도심의 일상적인 골목 풍경은 작품을 연결하는 배경이 된다. 지역의 기존 문화공간을 활용한 구성은 대전 중구의 역사·문화적 자산과 현대미술을 한 흐름 안에서 보여준다.

축제 기본 정보

행사명제2회 대전중구미술축제
전시 주제태양을 향해 던져라
전시 기간2026년 9월 30일 수요일부터 10월 11일 일요일까지
관람 시간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참여 규모작가 11명, 전시장 10곳
전체 관람 예상 시간약 2시간

참여 작가와 전시장

작가전시장위치
장정일화니갤러리대전광역시 중구 대흥로71번길 27
김진우갤러리꼬씨꼬씨대전광역시 중구 중교로 29
윤종석·홍원표정영복미술공간대전광역시 중구 중앙로112번길 29
추세아동양장B1대전광역시 중구 대흥로111번길 30-10
김보람갤러리설비원서점대전광역시 중구 대흥로121번길 30-5 3층
오완석갤러리다다대전광역시 중구 대종로501번길 9 지하 1층
위영일이공갤러리대전광역시 중구 대흥로139번길 36
이민혁우연갤러리대전광역시 중구 대종로 467 일대 지하 1층
김안선문화공간주차대전광역시 중구 대흥로157번길 40-12
임한솔스페이스테미대전광역시 중구 테미로44번길 40

제2회 대전중구미술축제는 원도심의 역사와 문화 위에서 사람과 예술이 만나는 자리다. 관람객은 열 곳의 전시장을 따라 걸으며 작가마다 다른 시선으로 해석한 운동과 몸, 관계, 도시의 모습을 차례로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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