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와 뿌리로 이은 세대

대전 중구의 대표 문화축제인 제17회 대전효문화뿌리축제가 2026년 10월 2일부터 10월 4일까지 사흘간 대전 뿌리공원에서 열렸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성씨를 주제로 조성된 공원을 무대로 효와 조상의 의미를 되짚고, 가족과 이웃이 함께 참여하는 공연과 전통문화 체험이 이어졌다.
유등천이 감싸는 뿌리공원
축제 장소인 뿌리공원에서는 여러 성씨를 상징하는 조형물과 공원 옆으로 잔잔하게 흐르는 유등천을 함께 볼 수 있다. 유등천은 금산에서 시작해 대전 시내를 지나 갑천으로 합류하는 대전의 3대 하천 가운데 하나다.
예로부터 하천 주변에 버드나무가 많아 ‘버드내’ 또는 ‘유등천’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공원을 따라 이어진 물길은 푸른 산세와 어우러져 차분한 풍경을 만들었다. 가을의 선선한 바람이 더해진 축제장에서는 성씨 조형물과 자연경관, 공연 무대가 하나의 동선으로 연결됐다.
성씨와 효를 만나는 축제
대전효문화뿌리축제는 성씨와 효를 중심 주제로 삼는 대전 중구의 가을 문화축제다. 조상의 지혜와 전통문화의 의미를 살피는 한편,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여러 세대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전통의 가치를 현대적인 공연과 체험으로 풀어내고, 세대와 지역 주민을 연결한 점이 이번 축제의 중심을 이뤘다. 메인무대뿐 아니라 잔디광장과 프린지 무대, 국궁장, 체험 부스 등 공원 곳곳에서 행사가 진행돼 관람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시니어 모델이 연 개막 무대
축제 첫날인 10월 2일 뿌리공원 메인무대에서는 시니어 모델들의 무대가 펼쳐졌다. 모델들은 단아한 전통 한복과 현대적인 감각을 담은 의상을 입고 당당한 걸음을 선보였다.
세대의 경험과 개성을 무대 위에서 보여준 시니어 모델들의 워킹은 개막 현장의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전통 의상과 현대 의상이 한 무대에 나란히 등장하면서 축제가 내세운 세대 간 어울림도 자연스럽게 드러났다.
버드내 보싸움놀이의 울림
시니어 모델 무대에 이어 대전 지역의 대표 민속놀이인 버드내 보싸움놀이 재현 공연이 진행됐다. 공연은 농경사회에서 물을 둘러싸고 벌어진 마을 사이의 갈등과 이를 지혜롭게 해결하며 화합에 이르는 과정을 담았다.
풍물패의 신명 나는 장단이 더해지면서 무대에는 전통 민속놀이 특유의 활기가 퍼졌다. 관람객들은 공연을 통해 점차 잊혀 가는 지역 전통문화와 공동체 의식을 다시 살펴볼 수 있었다. 단순한 재현을 넘어 갈등을 풀고 함께 살아가는 지혜를 보여준 무대였다.
17개 동이 함께한 윷놀이
메인무대 밖 잔디광장에서는 주민화합 윷놀이 한마당이 열렸다. 대전 중구 17개 동을 대표하는 팀들이 참여해 윷가락을 던지고 결과를 함께 지켜보며 이웃 간의 정을 나눴다.
승부가 이어질 때마다 참가자와 관람객의 반응이 더해져 잔디광장에는 흥겨운 분위기가 형성됐다. 익숙한 전통놀이인 윷놀이를 매개로 각 동 주민들이 한자리에 모였다는 점에서 지역 화합의 의미도 확인할 수 있었다.
지역 예술인이 채운 프린지 무대
프린지 무대에서는 지역 문화예술인들의 공연이 시간대별로 이어졌다. 버스킹과 트로트 공연이 펼쳐지자 무대 주변에 관람객들이 모였고, 메인 공연과는 또 다른 현장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축제장 곳곳에서 음악이 이어지면서 관람객들은 공원을 둘러보는 동안 자연스럽게 지역 예술인의 무대를 접할 수 있었다. 공연 공간이 여러 곳에 마련돼 특정 무대에 머물지 않고 이동하며 축제를 즐기는 흐름도 나타났다.
가족이 함께한 체험 프로그램
뿌리공원 곳곳에는 가족 단위 관람객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체험 부스가 설치됐다. 축제장을 탐방하며 미션을 수행하고 스탬프를 모아 완성하면 소정의 기념품을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도 운영됐다.
이 프로그램은 공원 안의 여러 공간을 직접 찾아다니도록 구성됐다. 관람객들은 성씨 조형물과 행사장을 차례로 살펴보며 미션을 수행했고, 어린이와 보호자가 함께 움직이는 모습도 이어졌다.
집중력을 겨룬 국궁 체험
국궁장에서는 조선 시대 선비들의 수양 덕목과 관련된 전통 무예인 국궁을 직접 경험하는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활을 잡고 시위를 당긴 뒤 과녁을 향해 화살을 날렸다.
활시위를 당기는 과정에는 자세와 집중력이 필요했다. 참가자들은 과녁을 바라보며 호흡을 가다듬었고, 화살이 날아갈 때마다 주변에서는 결과를 지켜보는 관람객들의 반응이 이어졌다. 전통 무예를 설명으로만 접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자리였다.
폐현수막에 더한 어르신의 손길
대전 중구시니어클럽은 버려지는 폐현수막을 활용해 만든 친환경 가방을 축제 현장에서 무료로 나눠주는 행사를 진행했다. 폐현수막은 어르신들의 손길을 거쳐 튼튼하고 실용적인 장바구니로 다시 만들어졌다.
폐기될 자원을 생활용품으로 되살리고 어르신의 정성을 함께 전한 행사였다. 현장에서 받은 폐현수막 장바구니는 축제장을 둘러보는 동안 물품을 담는 데 활용됐다. 환경을 생각하는 자원 재사용과 세대 참여의 의미가 함께 담긴 프로그램으로 운영됐다.
전통과 현대가 만난 화합의 장
제17회 대전효문화뿌리축제는 시니어 모델 공연, 지역 민속놀이 재현, 주민 윷놀이, 지역 예술인의 무대, 국궁과 스탬프 체험, 폐현수막 장바구니 나눔 등을 통해 효와 뿌리라는 주제를 다양하게 보여줬다.
조상의 지혜를 돌아보는 전통문화와 오늘의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프로그램이 한 공간에서 이어졌다. 어린이와 어르신, 가족과 이웃이 함께 어울리며 세대를 넘어 정을 나누는 축제의 취지가 현장 곳곳에서 드러났다.
축제 이후의 뿌리공원
축제가 열린 뿌리공원은 대전광역시 중구 뿌리공원로 79에 자리하고 있다. 축제가 끝난 뒤에도 공원의 산책로와 성씨 조형물, 족보박물관을 살펴볼 수 있다.
유등천을 따라 이어지는 자연경관과 성씨를 주제로 한 공간은 뿌리공원의 특징을 이룬다. 제17회 축제는 이 장소적 특성을 바탕으로 효와 가족, 전통문화와 지역 공동체의 의미를 한자리에서 보여주며 사흘간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