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택 대청에 차린 옛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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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택 대청에 차린 옛맛

제15회 김호연재 문화축제 ‘그녀의 시, 오늘의 노래’가 2026년 9월 5일 대전 동춘당공원 내 소대헌 호연재 고택에서 열렸다. 축제에서는 전통음식과 공예를 직접 경험하고 김호연재 묘소를 둘러보는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이날 전통음식 체험은 우리 고장의 국가유산을 활용하는 ‘진지한 진지, 주식시의Ⅲ’와 연계해 운영됐다. 오래된 조리 기록을 단순히 전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참가자들이 음식을 만들며 그 의미와 가치를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한 자리였다.

고택에서 만난 국가유산 활용 프로그램

‘진지한 진지, 주식시의Ⅲ’는 제15회 김호연재 문화축제가 끝난 뒤에도 2026년 9월 12일부터 10월 31일까지 모두 10회에 걸쳐 운영된다. 회차마다 20명을 선착순으로 모집하며, 9월 22일과 10월 17일, 10월 22일 일정은 프로그램 시작 단계에서 접수가 마감됐다.

참가 관련 문의는 문화유산국민신탁 충청지방사무소 042-626-5550으로 할 수 있다.

행사가 열린 소대헌 호연재 고택은 대전광역시 대덕구 동춘당로 70에 자리한다. 인근은 행사 때 주차가 쉽지 않을 수 있으며, 이날에는 대전무형유산전수교육관 앞 주차장이 이용됐다. 고택 옆문으로 이어지는 길에는 ‘진지한 진지, 주식시의Ⅲ’를 알리는 현수막이 설치돼 참가자들을 행사 공간으로 이끌었다.

세 갈래로 펼쳐진 문화축제 체험

김호연재 문화축제의 주요 체험은 전통음식 체험, 공예체험, 호연재 묘소 탐방으로 구성됐다. 세 프로그램의 진행 시간이 겹쳐 참가자는 이 가운데 하나를 골라 참여하는 방식이었다.

소대헌 고택 앞마당에서는 공예체험이 진행됐다. 체험 품목은 보자기 자석, 항아리 방향제, 자개 팽이, 유리 풍경 소원벨 등 네 가지였다. 앞마당에는 공예품을 만드는 어린이 참가자들이 주로 자리했고, 각자 선택한 재료를 다루며 체험에 집중하는 모습이 이어졌다.

전통음식 체험은 안채에 해당하는 호연재 고택 대청에서 열렸다. 앞마당의 공예체험과 달리 대청에서는 조리법 설명과 시범, 참가자들의 실습이 차례로 진행되며 차분하고 진지한 분위기가 형성됐다.

가문의 요리책 주식시의를 펼치다

전통음식 체험의 중심에는 가문의 요리책인 ‘주식시의’가 있었다. 프로그램은 책에 기록된 전통음식과 전통주의 가치를 살펴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가진두텁떡과 수교의, 외상문채 등 세 가지 음식을 만들고 송순주에 관한 설명을 들었다.

전통요리 전문가 김미홍 강사는 ‘주식시의’를 직접 펼쳐 보이며 기록의 의미와 음식별 조리 내용을 설명했다. 체험에 참여한 20명은 네 명씩 모두 5개 조로 나뉘었다. 참가자들은 강사의 설명과 시범을 지켜본 뒤 같은 순서에 맞춰 음식을 만들었다.

오래된 조리 기록이 고택 대청에서 실제 음식으로 이어진다는 점이 이번 체험의 핵심이었다. 참가자들은 재료를 손질하고 음식을 완성하는 과정을 통해 책에 담긴 조리 방식과 전통 식문화의 특징을 함께 확인했다.

생나무잎에 올려 찐 수교의

가장 먼저 만든 음식은 수교의였다. 수교의는 고기와 채소 등으로 만든 소를 넣고 모양을 빚은 뒤 찌거나 삶아 먹었던 사대부가의 고급 만두로 소개됐다.

체험에서는 ‘주식시의’에 설명된 만두법을 바탕으로 수교의를 만들었다. 참가자들은 김미홍 강사의 시범을 살핀 뒤 만두피에 소를 넣고 형태를 다듬었다. 만두끼리 달라붙지 않도록 생나무잎을 깔고 서로 닿지 않게 놓는 방식도 기록에 따른 조리 과정으로 재현했다.

대청 안에서는 조별 참가자들이 역할을 나눠 만두를 빚었다. 완성된 수교의가 찜기에 오르자 다음 음식에 필요한 오이와 양념을 준비하며 체험이 끊기지 않고 이어졌다.

오이의 식감을 살린 외상문채

수교의가 익는 동안에는 외상문채를 만들었다. 외상문채는 오이를 썰어 끓는 물에 데친 다음 갖은양념에 버무리고 잣가루를 얹어 완성하는 오이 조리법이다.

참가자들은 오이를 일정하게 손질하고 물에 데친 뒤 양념과 고루 섞었다. 마지막에는 잣가루를 올려 음식의 모양을 갖췄다. 수교의를 찌는 시간을 활용해 다른 음식을 만드는 순서로 진행돼 세 가지 요리를 정해진 시간 안에 차례로 경험할 수 있었다.

궁중떡과 다른 가진두텁떡

세 번째 음식은 가진두텁떡이었다. 일반적인 두텁떡은 임금의 탄신일에 올렸던 대표적인 궁중떡으로, 밤과 대추를 다진 소를 넣어 만드는 음식으로 설명됐다.

가진두텁떡은 일반적인 두텁떡과 조리 방식이 달랐다. 대추채와 밤채, 석이버섯을 화전처럼 안친 쌀가루 위에 뿌린 뒤 그 위에 고물을 얹어 찌는 방식으로 만들었다.

먼저 쌀가루에 꿀을 넣어 버무린 다음 체에 곱게 내려 준비했다. 밤과 호두, 대추 등은 큼직하게 썰었다. 손질한 재료를 정해진 순서에 맞춰 올리고 쪄내면서 가진두텁떡의 형태를 완성했다.

쪄낸 떡은 거의 한 덩어리처럼 이어져 있었지만, 참가자들은 이를 잘 나눠 한 사람당 큼직한 두 덩이씩 도시락에 담았다. 직접 만든 음식을 나누어 담는 과정까지 마치며 조별 실습이 마무리됐다.

송순주 설명으로 넓힌 전통 식문화

음식 만들기가 끝난 뒤에는 주변을 정리하고 체험에 관한 설문을 작성했다. 이어 은진송씨 가문의 송순주에 관한 설명을 듣고 소량을 맛보는 순서가 진행됐다.

프로그램은 오후 5시에 시작해 오후 7시까지 이어졌다. 두 시간 동안 참가자들은 수교의와 외상문채, 가진두텁떡을 차례로 만들고 전통주에 대한 이야기도 들었다. 전통음식과 전통주를 하나의 흐름으로 살펴보면서 ‘주식시의’에 담긴 식문화의 범위를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행사가 마무리될 무렵 김찬술 대덕구청장이 호연재 고택을 찾아 참가자들과 인사를 나눴다. 체험을 마친 뒤 대청의 행사 공간은 정돈됐고, 고택 안방도 관람할 수 있었다.

전통 방식으로 꾸민 고택 안방

김호연재가 머물렀을 안방은 병풍을 두르고 보료 등을 깐 전통적인 모습으로 꾸며져 있었다. 대청에서 음식 체험이 진행되는 동안 고택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전통 생활문화의 공간으로 기능했다. 조리 체험을 마친 참가자들은 안방의 구성을 살펴보며 고택의 분위기를 이어서 경험했다.

앞마당에서는 어린이 중심의 공예체험이 이어지고, 대청에서는 성인 참가자를 포함한 체험객들이 전통음식을 만들었다. 고택의 서로 다른 공간에서 공예와 음식 프로그램이 함께 펼쳐지면서 국가유산을 여러 방식으로 접할 수 있는 현장이 마련됐다.

밤까지 이어진 그녀의 시 오늘의 노래

전통음식 체험이 끝난 뒤에도 제15회 김호연재 문화축제는 계속됐다. 동춘당공원에 마련된 공연장에서는 가수 하림과 패치워크로드의 공연이 열렸으며, 전체 축제 일정은 오후 9시까지 이어졌다.

초가을 저녁의 동춘당공원에는 고택에서 전통음식을 만든 참가자들과 공예체험을 마친 가족 단위 방문객, 공연을 보기 위해 모인 관람객들이 어우러졌다. 낮부터 이어진 체험의 흐름은 밤 공연으로 연결됐고, 음식과 공예, 시와 음악을 함께 만나는 축제의 모습을 완성했다.

제15회 김호연재 문화축제는 가문의 옛 조리 기록을 오늘의 체험으로 풀어내고, 고택과 공연장을 잇는 문화행사로 전통의 가치를 가까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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