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령골 평화예술제, 아픈 역사와 평화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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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령골 평화예술제, 아픈 역사와 평화의 노래

골령골 평화예술제, 아픈 역사와 평화의 노래

지난 6월 26일 저녁 7시 30분, 대전 동구 산내 골령골에서 제5회 골령골 평화예술제가 성황리에 개최되었습니다. 이번 행사는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의 아픈 역사를 기억하고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평화의 가치를 예술로 나누기 위해 마련된 뜻깊은 자리였습니다.

행사는 (사) 대전 민예총과 대전 산내 골령골 대책회의가 공동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후원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골령골을 찾은 시민들과 유가족, 예술인들이 함께 모여 역사와 평화의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대전 동구 산내 골령골은 한국전쟁 초기 수많은 민간인이 희생된 장소로, 오랜 침묵 속에 묻혀 있던 이곳은 진실 규명과 유해 발굴을 통해 한국 현대사의 대표적인 민간인 학살 현장으로 알려졌습니다. 오늘날 골령골은 단순한 역사 현장을 넘어 평화와 인권 교육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골령골 평화예술제는 이러한 역사적 의미를 시민들과 공유하며 희생자들의 이름을 기억하고 생명의 존엄성을 되새기는 문화예술 행사로 매년 이어지고 있습니다. 올해 다섯 번째를 맞은 평화예술제는 ‘1년에 한 번 밤에 불을 밝히는 추모 예술제’라는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번 예술제에서는 만장 전시, 희생자 이름 등달기, 희생자 초상화 전시, 걸개그림 그리기와 다양한 공연이 펼쳐졌습니다. 희생자 초상화 전시는 관람객들의 발길을 멈추게 하였고, 사진으로만 남아 있던 희생자들의 얼굴을 마주하는 순간, 숫자로만 기억되던 희생이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이었음을 다시금 느끼게 했습니다.

추모 공간에는 희생자들을 기리는 만장이 숲길을 따라 전시되었으며, 방문객들은 희생자의 이름과 추모의 글을 직접 달아 애도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만장과 은은한 추모 등은 희생자들을 오래 기억하고 생명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뜻깊은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걸개그림 그리기 등 다양한 추모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되어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며 기억을 이어가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이번 평화예술제에는 상여소리 이남훈, 서예 퍼포먼스 김성장, 노래 제이해밀, 아쟁 연주 김대식, 소설 낭독 박현주를 비롯해 그림작가, 상생극 공연팀, 예술공장 두레, 대전 평화합창단 등 다양한 문화예술인들이 참여해 골령골의 아픈 역사를 예술로 표현했습니다.

특히 상여 소리꾼 이남훈은 ‘76년 만의 꽃상여’를 주제로 한(恨)이 서린 상여소리를 선보이며,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들의 아픔을 위로하고 참석한 시민들에게 깊은 울림과 추모의 마음을 전해 숙연한 분위기를 조성했습니다.

각 공연은 화려한 연출보다는 희생자들을 향한 진심 어린 추모와 위로에 초점을 맞추었으며, 연극과 진혼무, 씻김굿, 추모 낭독은 유가족과 시민들의 마음을 어루만졌습니다. 관객들은 공연 하나하나에 깊이 공감하며 따뜻한 박수와 묵념으로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습니다.

이번 행사는 많은 시민단체와 지역 기관, 개인 후원자들의 참여로 이루어졌으며, 지역 문화예술인과 시민사회가 힘을 모아 지속적으로 행사를 이어오고 있다는 점에서 골령골의 기억이 우리 사회 모두가 함께 기억해야 할 역사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대전 민예총 김성장 이사장은 “떠난 이를 되살릴 수 없고 깊은 상처를 모두 지울 수는 없지만, 산내 골령골 평화예술제는 슬픔을 안고 살아가는 이들과 함께 공감하며 서로의 온기로 아픔을 보듬는 자리”라고 말하며 평화와 기억의 의미를 되새겼습니다.

골령골에 울려 퍼진 합창과 시, 공연, 그리고 시민들의 발걸음 하나하나는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과거의 아픔을 잊지 않겠다는 다짐이었습니다. 이날의 추모는 다시는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모두의 간절한 약속으로 이어졌습니다.

역사는 시간이 흐른다고 저절로 기억되는 것이 아닙니다. 누군가 기록하고, 이야기하고, 예술로 표현하며 다음 세대에게 전할 때 비로소 살아 있는 기억이 됩니다. 골령골 평화예술제는 바로 이러한 역할을 하는 소중한 문화행사입니다.

앞으로도 골령골 평화예술제가 많은 사람들의 참여 속에서 이어져, 아픈 역사를 기억하는 동시에 평화와 화해의 희망을 전하는 대표적인 추모 예술제로 자리 잡기를 기대합니다. 기억하는 것은 과거를 붙잡는 일이 아니라, 더 평화롭고 더 밝은 미래를 만드는 첫걸음입니다.

산내골령골
대전광역시 동구 곤룡로 93

골령골 평화예술제, 아픈 역사와 평화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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