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뾰족집 문 열린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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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뾰족집 문 열린 날

대전의 익숙한 동네 곳곳에는 시민들이 미처 살펴보지 못한 오래된 건축유산이 남아 있다. 대전광역시가 진행한 대전 헤리티지 오픈하우스는 평소 출입하기 어려웠던 근현대 건축유산을 한시적으로 개방해, 시민들이 도시의 역사와 생활문화를 가까이에서 살펴볼 수 있도록 마련한 프로그램이다.

모두 세 차례 진행된 이번 행사를 통해 공개된 공간은 보문산의 근대식 별장, 테미공원의 대흥배수지, 대흥동 뾰족집 등 세 곳이다. 생활권 가까이에 자리하면서도 여러 사정으로 내부 출입이 제한됐던 건축물들이 시민을 맞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바깥에서만 바라보거나 존재만 알고 지나쳤던 문화유산을 직접 확인할 기회가 열린 것이다.

대흥동에 남은 근현대 건축유산

대전 중구 대흥동에 자리한 뾰족집은 대흥동 일양절충식 가옥으로도 알려져 있다. 일양절충식은 일본식 건축 요소와 서양식 건축 요소를 절충한 양식을 뜻한다. 이런 건축물은 당시 사람들의 생활환경과 더불어 새로운 문화와 기존 생활양식이 어떤 모습으로 한 공간에 어우러졌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자료가 된다.

오래된 집 한 채로만 보면 지나치기 쉽지만, 건축물의 구조와 공간에는 그 시대의 생활문화와 사회 변화가 함께 남는다. 대흥동 뾰족집 역시 당시의 건축 방식과 생활상을 보여주는 근현대 건축유산이다. 시민 생활권 안에 남은 건축물을 직접 공개한 이번 행사는 대전의 도시사를 일상 속에서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

뾰족한 지붕에 담긴 이름

뾰족집은 2층 목구조 건축물로, 평면 구성과 입면 구성이 매우 독특하다. 특히 경사가 급한 박공지붕에 반원추형 지붕이 이어진 외관이 눈길을 끈다. 이처럼 위로 날카롭게 솟은 듯한 지붕의 인상 때문에 ‘뾰족집’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외부에서는 서양식 가옥의 모습이 두드러지지만, 내부 공간은 일본식으로 조성됐다. 현재는 남아 있지 않으나 과거에는 벽난로도 설치돼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서양식 외관과 일본식 내부 공간이 한 건축물 안에 함께 구성돼 있다는 점은 일양절충식 가옥의 특징을 이해하는 중요한 대목이다.

현장에서는 급경사의 지붕과 독특한 외벽 구성이 먼저 시선을 끌었다. 내부로 들어서면 외관에서 받은 인상과 다른 공간 구성이 이어져, 한 건축물에 서로 다른 양식이 절충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개방된 공간을 둘러보는 시민들은 건축물의 구조와 곳곳에 남은 흔적을 차분히 살펴봤다.

서로 다르게 기록된 건축 연도

뾰족집의 건축 시기는 자료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건물의 머릿돌에는 1929년에 건축된 것으로 기록돼 있으나, 건축물관리대장에는 1924년으로 표기돼 있다. 두 기록에 차이가 있다는 사실도 이 건축물의 역사를 살펴볼 때 함께 확인해야 할 부분이다.

일제강점기에는 철도국장이 이곳에 살았던 것으로 전해지며, 해방 이후에는 육군 장성이 거주했다고 알려져 있다. 서로 다른 시기를 거치는 동안 여러 사람이 이 공간에서 생활했고, 건축물에는 그 시간이 층층이 쌓였다.

대흥동 뾰족집은 2008년 등록문화재로 등록됐다. 평소 내부 출입이 쉽지 않았던 만큼, 이번 한시적 개방은 시민들이 건축유산의 구조와 역사적 흔적을 현장에서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사진과 이야기로 이어지는 역사

현재는 뾰족집에서 살았던 일본인의 후손들과 연락이 닿아, 당시 사진과 그에 얽힌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다. 남아 있는 건축물뿐 아니라 과거의 사진과 거주자의 이야기를 함께 살펴보면서 뾰족집의 역사를 계속 확인하는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문화유산 관계자들은 건축물에 남은 물리적 흔적과 관련 자료, 사람들의 기억을 통해 뾰족집의 살아 있는 역사를 찾아가고 있다. 건물 자체를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안에서 이어진 생활과 시대의 흐름을 함께 확인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동네에서 만나는 도시의 시간

문화유산이라고 하면 궁궐이나 오래된 사찰, 널리 알려진 국가유산을 먼저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시민들이 매일 오가는 동네에도 보존하고 기억할 가치가 있는 건축물이 남아 있다. 대흥동 뾰족집처럼 오래된 가옥에는 시대의 변화와 사람들의 생활, 도시가 지나온 시간이 함께 담겨 있다.

가까운 동네의 흔적을 발견하고 그 의미를 알아가는 과정도 문화유산을 이해하고 즐기는 방법이다. 대전 헤리티지 오픈하우스는 시민들이 평소 쉽게 접근하지 못했던 공간의 문을 열어, 대전의 숨은 역사와 건축문화를 직접 확인하도록 했다.

대전광역시가 생활권 속 근현대 건축유산을 시민에게 공개하면서, 익숙한 도시 풍경을 역사적 관점에서 다시 바라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보문산의 근대식 별장과 테미공원의 대흥배수지, 대흥동 뾰족집은 각각 다른 모습으로 대전이 지나온 시간을 보여줬다.

대흥동 뾰족집은 대전광역시 중구 대흥동에 자리한다. 독특한 지붕과 일양절충식 공간 구성, 서로 다르게 남은 건축 연도 기록, 시대에 따라 바뀐 거주자의 이야기가 한데 모여 있는 곳이다. 평소 닫혀 있던 문이 열린 동안 시민들은 오래된 집을 단순히 바라보는 데서 나아가, 그 안에 축적된 대전의 근현대사를 살펴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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