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부사칠석문화제, 전통과 화합의 현장

대전 부사칠석문화제, 전통과 화합의 현장
대전 중구 부사동에는 오랜 세월 주민들이 함께 지켜온 전통 민속놀이가 있습니다. 바로 부사칠석놀이입니다. 2026년 8월 19일, 부사칠석놀이보존회관에서 열린 제37회 부사칠석문화제 현장을 직접 찾았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칠석날에 열리는 마을 행사 정도로 생각했으나, 현장에서는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의례부터 풍물놀이, 샘치기와 샘고사, 놀이마당까지 다양한 과정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특히 부사칠석놀이에는 부용이와 사득이의 사랑 이야기와 두 마을의 화합에 관한 전통이 담겨 있어 그 유래에 대한 관심이 커졌습니다.
행사장에 도착했을 때는 부사칠석놀이보존회 회원들의 풍물공연이 한창이었습니다. 북과 장구, 징, 꽹과리 소리가 힘차게 울려 퍼지며, 회원들은 장단에 맞춰 자리를 옮기고 서로 호흡을 맞추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풍물소리가 시작되자 주민들의 시선도 자연스럽게 공연으로 향하며 부사칠석문화제의 시작을 알리는 흥겨운 분위기가 조성되었습니다.
일곱 마당으로 구성된 부사칠석놀이
부사칠석놀이는 총 일곱 마당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첫째 마당은 선바위치성, 둘째는 상·하부사리 상면, 셋째는 큰기맞절, 넷째는 부사샘치기, 다섯째는 샘고사, 여섯째는 합궁놀이, 마지막 일곱째는 놀이마당 순으로 진행됩니다. 각각의 마당은 독립적인 공연처럼 보이지만, 전체를 차례로 살펴보면 마을의 안녕과 주민 화합을 기원하는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부용이와 사득이, 두 마을의 사랑과 화합 이야기
현재 부사동은 옛 백제시대에 상부사리와 하부사리라는 두 마을로 나뉘어 있었습니다. 두 마을은 물 부족 문제로 갈등을 겪었고, 사이가 좋지 않았습니다. 그 가운데 처녀 부용이와 총각 사득이가 서로 사랑하게 되어 결혼을 약속했으나, 사득이는 전쟁터에서 전사하며 두 사람의 사랑은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부용이는 사득이를 그리워하다가 마을 뒷산 선바위에서 실족사했고, 이후 몇 해 동안 극심한 가뭄이 계속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마을 좌상의 꿈에 부용이와 사득이가 나타나 칠석날 두 사람의 영혼결혼식을 올리면 마을에 물이 솟을 것이라는 계시를 전했습니다. 이에 마을 사람들은 칠월칠석날 함께 모여 샘을 고치고 영혼혼례식을 올렸으며, 이후 물이 솟아나 두 마을은 화합과 번영을 이루었다고 전해집니다.
샘치기와 샘고사, 공동체의 소중한 의례
부사칠석놀이의 중요한 과정인 샘치기와 샘고사도 이날 현장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샘치기는 단순한 샘 주변 정리가 아니라, 샘의 물을 퍼내고 내부를 깨끗이 정비하는 공동 작업입니다. 과거에는 농기와 풍물을 앞세우고 샘치기 노래를 부르며 주민들이 함께 참여했다고 합니다.
샘을 정비한 뒤에는 샘고사가 이어졌습니다. 샘 주변에 제물을 차리고 주민들이 정성을 다해 의례를 진행하며 마을의 안녕과 번영을 기원했습니다. 이 과정은 단순한 재현행사가 아니라, 물이 귀했던 시절 마을 공동 우물이 얼마나 중요한 공간이었는지, 주민들이 어떻게 함께 살아왔는지를 보여주는 의미 깊은 행사입니다.
기념식과 주민 화합의 장
부사칠석놀이에 이어 기념식이 진행되었습니다. 기념식에서는 부사칠석놀이의 보존과 계승, 지역 문화 발전에 기여한 이들에게 대전 중구청장 표창과 대전광역시의회 의장 표창이 수여되었습니다. 해마다 행사가 이어지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꾸준한 노력이 필요함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시간이었습니다.
표창 수여 후에는 참석 내빈 소개와 부사칠석놀이보존회장의 인사말, 축사가 이어졌습니다. 여러 인사말에서 전통문화 계승과 주민 화합의 중요성이 강조되었으며, 부사칠석놀이는 단순한 전통 재현을 넘어 주민들이 직접 참여해 이어가는 마을 문화임이 여러 차례 언급되었습니다.
주민과 함께하는 오찬, 마을잔치의 마무리
오전 행사가 끝난 뒤에는 주민들과 함께하는 오찬이 마련되었습니다. 국수와 다과, 수육과 김치, 오이 등 다양한 음식이 준비되었고, 주민들은 테이블에 둘러앉아 함께 음식을 나누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었습니다. 풍물과 의례로 시작한 행사가 주민들의 식사 자리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면서 마을잔치의 정취가 물씬 풍겼습니다.
부사칠석놀이의 역사와 수상 경력
행사 안내문에는 부사칠석놀이가 지금까지 이어져 온 과정과 주요 수상 경력도 소개되어 있습니다. 1993년 제13회 대전 민속예술경연대회 최우수상, 1994년 부사칠석놀이보존회 결성과 같은 해 제35회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 대통령상 수상, 2010년 제7회 7080 충장축제 거리퍼레이드 경연대회 대상, 2013년 중구 향토문화유산 지정, 2017년 제14회 추억의 충장축제 대상 등 다수의 수상 기록이 있습니다.
2026년 올해로 37회를 맞은 부사칠석문화제는 단순한 전통 행사를 넘어 주민들이 함께 준비하고 즐기는 마을 문화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부용이와 사득이의 슬픈 사랑 이야기가 오늘날까지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은 해마다 칠석이 되면 모여 행사를 준비하는 주민들의 헌신 덕분입니다.
풍물놀이와 샘치기, 샘고사, 기념식과 주민들의 식사 자리까지 모두 주민들이 함께하는 모습에서 두 마을을 하나로 이어준 ‘화합’의 정신이 현재까지 살아 숨 쉬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대전 중구 부사동에서 이어져 온 전통 민속놀이, 부사칠석놀이의 현장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