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흥동 예술기억을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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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흥동 예술기억을 걷다

대전 중구 대흥동은 상업과 생활, 문화예술의 기억이 한데 겹쳐 있는 원도심이다. 성심당 본점이 자리해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는 지역이지만, 대흥동의 면모는 유명 상점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한때 젊은 예술가와 연출가들이 모여 서로의 작업을 의논하고 예술적 사유를 나누던 창작의 거점이기도 했다.

대흥동의 문화예술 역사를 오늘의 관람객과 잇는 공간이 최종태전시관이다. 전시관은 대전 중구 대종로 470에 자리한다. 조각가 최종태의 작품 세계와 창작 과정을 살펴보는 동시에 대전 원도심에 축적된 예술적 기억을 돌아볼 수 있는 곳이다.

대전에서 형성된 최종태의 조형 언어

최종태는 1960년대 중반까지 대전을 중심으로 동료 예술가들과 교류하며 작품 활동을 펼친 조각가다. 인간의 존엄과 윤리에 관한 성찰이 예술적 탐구와 만나는 환경 속에서 자신만의 조형 언어를 형성했다.

그의 작품에는 소녀와 여인, 가족 등 인간을 중심에 둔 소재가 자주 등장한다. 조각이라는 장르에서 흔히 연상되는 차갑고 어두운 인상과 달리, 다양한 색채를 활용해 따뜻하고 포근한 정서를 전하는 작품도 눈에 띈다. 단순한 인체 묘사에 머물지 않고 인간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과 생명에 대한 태도를 조형적으로 보여준다.

전시 공간에서는 완성된 결과물뿐 아니라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그 과정에서 이어진 사유도 함께 살펴볼 수 있다. 회화의 기본 스케치는 형상이 구체화되는 흐름을 드러내며, 조각에서는 형상을 거듭 다듬거나 일부를 지우는 과정까지 탐구의 한 요소로 제시된다.

작품의 최종 형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생각이 작품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읽는 것이 최종태전시관의 중요한 관람 지점이다. 관람객은 조각과 회화에 남은 흔적을 따라가며 작가가 오랜 시간 구축한 작업의 서사를 입체적으로 접할 수 있다.

개관기념전 이후에도 이어지는 상설전시

최종태전시관은 2026년 4월 문을 열었다. 4월 1일부터 7월 12일까지 개관기념전을 운영한 뒤에도 상설전시 형태로 관람객을 맞고 있다. 개관기념전이 종료된 이후에는 당시 전시 전체의 기획 의도나 작품 배치에 담긴 큐레이션의 의미가 일부 달라질 수 있지만, 각 전시실 입구와 관람 동선 중간에 마련된 설명 문구가 작품 이해를 돕는다.

관람 방식은 자율 관람이다. 작품 앞에서 충분히 머물며 형태와 색채를 살피거나 전시실의 설명을 차례로 읽으며 최종태가 추구한 아름다움과 창조의 기록을 따라갈 수 있다. 조각에 익숙하지 않은 관람객도 작품의 소재와 제작 과정을 비교하며 접근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상설전시는 특정 기간을 놓친 시민과 관광객에게 다시 작품을 만날 기회를 제공한다. 연중 무료 관람이 가능하다는 점은 문화예술에 대한 접근성을 넓히고, 원도심의 역사적 공간을 시민의 일상적인 문화 공간으로 활용한다는 의미도 지닌다.

대흥동성당을 마주하는 제3전시실

전시관의 주요 공간 가운데 하나는 창 너머로 대흥동성당이 보이는 제3전시실이다. 햇살이 들어오는 전시실에서는 작품과 성당의 건축물이 한 시야 안에 놓인다. 실내의 조각과 창밖의 도시 풍경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면서 대흥동에서 형성된 예술과 종교의 관계를 공간적으로 보여준다.

대흥동성당은 오기선 주임신부가 마련한 예술가 모임에 최종태가 참여했던 교류의 장소다. 예술가들이 만나 작품과 삶에 관한 생각을 나누던 지역의 역사가 전시관 풍경과 연결된다.

대흥동성당에서는 이남규, 이종수, 최종태가 함께 작업한 작품도 확인할 수 있다. 성당 외부에는 성모상이 있으며, 내부에는 14처 부도, 전면 캐노피 상단에는 12사도 부조가 자리한다. 전시관과 성당을 함께 살펴보면 작가 개인의 작품 세계뿐 아니라 당시 대전에서 이루어진 예술가들의 교류와 공동 작업의 흔적까지 이해할 수 있다.

제3전시실에는 브론즈상도 전시돼 있다. 이 작품과 창밖의 대흥동성당이 함께 보이는 장면은 최종태가 예술과 종교, 삶을 서로 분리된 영역이 아니라 하나로 이어진 차원으로 인식해 왔음을 보여준다. 성당을 배경으로 불상의 형상이 놓이지만 두 요소는 충돌하기보다 한 공간 안에서 차분한 조화를 이룬다.

이곳의 풍경은 작품을 건물 안에 고립시키지 않고, 작가가 실제로 교류했던 지역의 역사와 현재의 도시 풍경 속에서 바라보게 한다.

근대건축물이 전시관이 되기까지

최종태전시관 건물은 대전시 아름다운 근대건축물로 꼽힌 공간이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으로 사용된 뒤 대전창작센터를 거쳐 현재의 최종태전시관으로 이어졌다.

건물의 기능은 시대에 따라 달라졌지만, 기존 건축물을 보존하고 문화예술 공간으로 활용하면서 원도심의 시간도 함께 남게 됐다. 행정 업무 공간이 창작 공간을 거쳐 전시관으로 변화한 과정은 대흥동의 도시사와 문화적 변화를 압축해 보여준다.

최종태전시관은 한 예술가의 업적을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대전이 품고 있던 창작과 교류의 기억을 현재로 불러오고, 시민과 방문객이 이를 일상에서 접하도록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작품, 건축물, 대흥동성당, 원도심의 풍경이 서로 맞물리며 대흥동의 문화예술사를 이해하는 하나의 동선을 만든다.

관람 정보

시설명최종태전시관
위치대전광역시 중구 대종로 470
운영일화요일부터 일요일
관람 시간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휴게 시간낮 12시부터 오후 1시까지
휴관일매주 월요일
관람료무료
시설 문의최종태전시관 042-270-7390

관람객은 전시실의 설명 문구를 따라 최종태의 조각과 회화, 스케치와 제작 과정을 차례로 살펴볼 수 있다. 제3전시실에서는 창밖의 대흥동성당과 작품이 이루는 풍경도 함께 확인할 수 있다. 대흥동의 근대건축과 예술가들의 교류, 한 조각가의 작업 세계를 한자리에서 연결해 볼 수 있는 전시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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