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물든 대전의 가을

선선한 바람이 불어 야외 나들이가 한층 편안해진 가을, 대전 중구 우리들공원에서는 책과 공연, 체험을 한자리에서 만나는 문화행사가 펼쳐졌다. 2026년 10월 10일 토요일부터 11일 일요일까지 이틀간 열린 대전 중구 북페스티벌은 독서를 매개로 시민과 지역 문화공간을 연결한 행사였다.
행사장은 책을 조용히 읽는 공간에 머물지 않았다. 작가와 독자가 이야기를 나누고, 어린이와 가족이 체험에 참여하며, 지역 독립서점과 작가들의 활동을 살펴볼 수 있도록 여러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도서관이나 서점에서 접하던 독서를 야외 공원으로 확장했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끌었다.
가을 공원에서 만난 책
행사가 열린 우리들공원에는 청명한 가을 날씨와 어울리는 독서 공간이 조성됐다. 공원을 찾은 시민들은 전시와 체험 부스를 차례로 둘러보거나 잠시 자리에 앉아 책을 읽었다. 아이와 함께 방문한 가족부터 책과 지역문화에 관심을 둔 시민까지 각자에게 맞는 방식으로 축제를 즐기는 모습이 이어졌다.
북스킹과 작가와의 만남, 어린이 인형극, 셔플댄스 축하공연 등 책을 중심으로 여러 장르를 결합한 무대도 운영됐다. 읽기와 듣기, 보기와 만들기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면서 책에 익숙하지 않은 방문객도 행사에 참여할 수 있는 구성이 돋보였다.
아이들과 완성한 작가의 이야기
그림책 작가 김지영과의 만남에서는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춘 대화가 진행됐다. 작가가 일방적으로 작품을 설명하는 방식이 아니라 초성을 제시하고 아이들의 답을 들으며 이야기를 이어가는 참여형 시간이었다.
아이들은 질문과 대답을 주고받으며 이야기의 흐름에 직접 참여했다. 작가와 독자가 같은 자리에서 생각을 보태고 이야기를 함께 완성했다는 점은 책을 보다 친근하게 받아들이도록 한 장면이었다. 글과 그림으로 완성된 작품이 독자와의 대화를 통해 다시 확장되는 과정도 확인할 수 있었다.
표지 대신 문장으로 고른 중고책
비밀스러운 중고책방은 행사장의 이색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였다. 더 이상 읽지 않는 책이나 다른 사람에게 권하고 싶은 소중한 책을 가져와 새로운 책으로 교환할 수 있도록 마련됐다.
이곳에서는 책의 제목이나 표지를 먼저 보고 선택하는 일반적인 방식과 달리, 책을 내놓은 사람이 남긴 해시태그와 짧은 문장을 단서로 삼아 책을 골랐다. 어떤 책이 포장 안에 들어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짧은 소개글을 읽고 내용을 상상하는 재미가 더해졌다. 책 한 권이 다른 독자에게 건너가며 새로운 독서 경험으로 이어지는 교환의 의미도 살렸다.
지역 서점과 작가를 잇다
대전에 자리 잡은 독립서점 구구절절, 모두의 책, 월간토마토가 행사에 함께했다. 지역에서 책과 독자를 이어온 서점들이 참여하면서 북페스티벌은 단순한 도서 전시를 넘어 대전의 출판·서점 문화를 살펴보는 자리가 됐다.
전시 공간에서는 지역 작가전과 에세이 공모전 수상작품집을 만날 수 있었다. 희망의 책 대전본부가 선정한 올해의 책 20도 소개됐다. 방문객들은 지역 작가의 작품과 시민의 글을 살펴보며 대전에서 만들어지고 읽히는 다양한 이야기를 접했다.
손으로 완성하는 독서 체험
행사장 곳곳에서는 책과 문장을 소재로 한 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됐다. 향기책방을 비롯해 필사 노트 만들기, 문장 교환, 컬러링, 모루꽃 만들기, 책갈피 만들기, 나만의 오디오북 만들기, 인공지능을 활용한 이모티콘 스티커 만들기 등이 마련됐다.
체험은 책을 읽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문장을 쓰고, 소리를 녹음하고, 손으로 소품을 만드는 과정으로 구성됐다. 어린이들은 결과물을 직접 완성하며 책과 가까워졌고, 성인 방문객들도 필사와 문장 교환 등을 통해 자신에게 인상 깊은 글을 되새길 수 있었다.
스탬프 투어도 함께 진행됐다. 체험 도장 3개를 모으면 나만의 책가방 만들기에 참여할 수 있었다. 일부 프로그램은 유료였지만 무료 체험만으로도 필요한 도장을 모을 수 있도록 운영돼 비용 부담 없이 여러 활동을 경험할 수 있었다.
빵의 도시와 책의 만남
대전의 도시 이미지를 책과 연결한 구성도 눈에 띄었다. 빵을 고르듯 책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도서를 배치해 익숙한 소재로 독서에 대한 관심을 이끌었다. 진열 방식을 살펴보거나 책을 고르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면서 행사장에는 서점과 시장을 함께 둘러보는 듯한 활기가 형성됐다.
몰빵과 책빵을 결합한 공간에는 대전 지역 베이커리 업체도 참여했다. 대전을 상징하는 먹거리와 책을 한자리에서 소개함으로써 지역의 생활문화와 독서문화를 자연스럽게 연결했다. 책과 빵이라는 친숙한 소재의 결합은 시민이 문화행사에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한 장치였다.
도심에 마련된 조용한 독서 공간
활기찬 공연과 체험 공간 한편에는 사일런스 북살롱이 마련됐다. 방문객들은 헤드폰을 착용하고 주변의 소음에서 잠시 벗어나 독서에 집중했다. 도심 한가운데 자리한 공원에서도 차분하게 책장을 넘길 수 있도록 구성된 공간이었다.
공연과 체험을 즐기던 방문객이 조용한 독서 공간으로 이동하고, 책을 읽던 시민이 다시 북마켓과 전시를 둘러보는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축제의 활기와 독서의 고요함을 모두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행사의 폭을 넓혔다.
누구나 즐긴 지역 문화축제
대전 중구 북페스티벌은 작가와의 만남, 북스킹, 어린이 인형극, 북마켓, 전시와 체험을 통해 세대별로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했다. 어린이는 놀이와 만들기를 통해 책을 접했고, 청소년과 성인은 작가의 이야기와 지역 출판문화를 살펴볼 수 있었다.
책을 매개로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지역 서점과 작가, 베이커리 업체가 시민과 접점을 넓혔다는 점도 의미가 있었다. 우리들공원에는 공연을 바라보는 관람객과 체험 결과물을 든 어린이, 책을 천천히 고르는 시민들이 어우러지며 가을 문화축제의 분위기가 이어졌다.
이번 행사는 일상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새로운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도록 마련된 도심형 북페스티벌이었다. 책을 좋아하는 시민은 물론 독서가 아직 익숙하지 않은 방문객도 각자의 방식으로 참여할 수 있는 현장이었다.
행사 장소
대전 중구 북페스티벌이 열린 우리들공원은 대전광역시 중구 중앙로138번길 30에 자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