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로 만난 흥보가

대전 대덕구 어린이와 청소년이 판소리의 소리와 장단을 배우고 음악극까지 관람하는 전통문화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국가유산청과 대전광역시, 대전문화재단, 대전무형유산전수교육관이 함께하는 2026 무형문화놀이학교의 음악극 판소리 ‘흥보가’다.
이번 프로그램은 무형유산을 낯설고 어려운 대상으로만 여기지 않도록 판소리 해설과 공연을 하나의 흐름으로 구성했다. 어린이와 청소년이 우리 전통문화를 편안하게 접하고, 이야기 속 가치와 공연의 특징을 함께 이해할 수 있도록 한 문화예술 교육이다.
네 차례 이어지는 무형문화놀이학교
2026 무형문화놀이학교는 10월 8일 첫 일정을 시작으로 10월 14일과 15일, 16일까지 모두 네 차례 진행되는 일정으로 마련됐다. 각 프로그램의 운영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낮 12시까지 두 시간이다.
| 프로그램 | 2026 무형문화놀이학교 음악극 판소리 흥보가 |
|---|---|
| 대상 | 어린이와 청소년 |
| 일정 | 2026년 10월 8일, 14일, 15일, 16일 |
| 시간 | 오전 10시부터 낮 12시까지 |
| 장소 | 대전무형유산전수교육관 |
| 함께하는 기관 | 국가유산청, 대전광역시, 대전문화재단, 대전무형유산전수교육관 |
10월 8일 오전에는 관내 어린이집 원아들과 청소년들이 프로그램 시작 시간에 맞춰 대전무형유산전수교육관에 모였다. 참가자들은 입구 조형물 앞에서 사진을 촬영하고 교사에게 공연 관람 시 지켜야 할 사항을 들은 뒤 교육과 공연에 참여했다.
현장에는 전통문화를 처음 접하는 어린 관객들이 차례로 자리를 잡았다. 프로그램이 시작된 뒤에는 판소리에 관한 설명을 듣고 직접 추임새를 넣으며 무대와 호흡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배움과 관람을 잇는 구성
프로그램은 크게 1부와 2부로 나뉘었다. 1부에서는 판소리와 무형유산의 의미, 추임새와 장단의 특징을 알아봤다. 2부에서는 앞서 배운 내용을 떠올리며 어린이 음악극으로 구성된 판소리 ‘흥보가’를 감상했다.
- 1부 판소리와 무형유산 교육
판소리의 구성과 추임새, 판소리 다섯 마당, 고수의 역할과 장단을 설명했다. - 2부 음악극 흥보가 관람
흥보와 놀보, 제비와 박씨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를 판소리와 연극이 결합된 무대로 선보였다.
설명을 먼저 듣고 실제 공연을 관람하는 방식은 교육과 감상을 자연스럽게 연결했다. 어린이와 청소년은 앞서 배운 판소리의 특징이 무대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무형유산 보유자가 들려준 판소리
1부 교육에는 판소리 춘향가 무형유산 보유자 고향임과 판소리고법 무형유산 보유자 박근형이 함께했다. 전통음악을 직접 전승하고 있는 보유자들이 어린이와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춰 판소리와 북 장단을 설명했다.
고향임 보유자는 판소리 공연에서 중요한 추임새를 소개했다. 소리꾼이 소리를 이어갈 때 고수나 관객이 “얼씨구”, “좋다”, “잘한다”와 같은 말로 호응하는 것이 추임새다.
일반적인 공연에서는 관객이 조용히 무대를 감상하는 경우가 많지만 판소리는 다르다. 관객의 적절한 호응이 소리꾼과 고수의 흥을 돋우고 공연의 흐름을 풍성하게 만든다. 소리꾼과 고수, 관객이 함께 하나의 판을 완성한다는 판소리의 특징이 이 대목에서 드러났다.
설명을 들은 어린 관객들은 이후 공연에서 추임새로 적극 호응했다. 교육 시간에 익힌 내용을 곧바로 공연에 적용하면서 객석과 무대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
이야기와 교훈을 품은 다섯 마당
교육에서는 오늘날 전해지는 판소리 다섯 마당도 소개됐다. 흥보가와 춘향가, 심청가, 수궁가, 적벽가가 이에 해당한다. 각 작품은 서로 다른 인물과 사건을 다루지만 우리 조상들이 중요하게 여겼던 가치와 교훈을 이야기 속에 담고 있다.
- 흥보가는 착한 흥보와 욕심 많은 놀보의 대비를 통해 권선징악의 의미를 전한다.
- 춘향가는 춘향과 이몽룡의 사랑을 중심으로 신분의 장벽을 넘어서는 이야기를 담는다.
- 심청가는 아버지를 향한 심청의 효심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 수궁가는 충성과 지혜, 풍자의 의미를 이야기 속에 풀어낸다.
- 적벽가는 충의와 의리, 전쟁을 주요 내용으로 다룬다.
춘향가 설명에서는 작품을 처음부터 끝까지 부르는 완창에 약 8시간이 걸린다는 내용도 소개됐다. 고향임 보유자는 대전무형유산전수교육관에서 춘향가 완창 공연을 했던 경험을 함께 전했다.
판소리는 짧은 노래 몇 곡을 이어 부르는 형식이 아니라 긴 이야기를 소리로 풀어내는 공연이다. 등장인물의 감정과 사건의 흐름, 장면의 분위기가 소리꾼의 목소리와 몸짓, 고수의 북 장단을 통해 이어진다.
소리의 흐름을 받치는 고법
박근형 보유자는 판소리고법을 설명했다. 고법은 판소리에서 고수가 북으로 장단을 짚으며 소리꾼의 소리를 받치는 전통 기법이다. 고수는 소리의 속도와 분위기를 살피면서 북을 치고, 적절한 추임새로 소리꾼의 공연을 돕는다.
강의에서는 세 박자가 주는 안정감과 강약중강의 박자 흐름도 다뤘다. 다만 판소리의 모든 장단이 세 박자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판소리에는 진양조와 중모리, 중중모리, 자진모리 등 여러 장단이 사용된다.
판소리를 들을 때는 소리꾼의 목소리에 먼저 귀를 기울이기 쉽지만, 고수의 북은 이야기의 흐름과 소리의 긴장감을 받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소리꾼과 고수가 오랜 호흡을 맞추고 관객이 추임새로 참여하면서 판소리 특유의 생동감 있는 무대가 만들어진다.
무형유산 보유자들은 오랜 기간 함께한 제자와 무대에 올라 판소리를 낯설어하는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소리와 장단을 친근하게 풀어 설명했다. 참가자들은 목소리뿐 아니라 북 장단에도 귀를 기울이며 판소리 공연을 이해하는 기초를 익혔다.
어린이 음악극으로 펼쳐진 흥보가
1부 교육이 약 한 시간 진행된 뒤에는 잠시 휴식 시간을 갖고 음악극 ‘흥보가’ 무대를 준비했다. 흥보가는 판소리 다섯 마당 가운데 어린이에게 비교적 친숙한 작품이다. 착한 흥보와 욕심 많은 놀보, 제비와 박씨를 중심으로 사건이 펼쳐진다.
무대 양옆에는 판소리와 고법을 맡은 출연자들이 각각 세 명씩, 모두 여섯 명 자리했다. 무대 중앙에서는 흥보와 놀보 역을 맡은 출연자들이 음악극을 이끌었다. 판소리의 소리와 북 장단, 인물의 연기가 한 무대에서 어우러지는 구성이다.
흥보가는 선한 행동과 지나친 욕심이 각각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를 대비해 보여준다. 권선징악이라는 주제가 분명하고 인물의 성격과 사건 전개가 뚜렷해 어린 관객도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기 쉬웠다.
이번 무대는 전통 판소리의 요소를 유지하면서 어린이가 음악극으로 흥보가를 만날 수 있도록 구성됐다. 1부에서 배운 추임새와 고법, 소리꾼과 관객의 관계가 2부 공연에서 구체적인 장면으로 이어졌다.
흥보 역 출연자는 미리 준비한 사탕을 관객에게 나눠주는 장면도 선보였다. 어린 관객들은 교육 시간에 배운 추임새를 공연 중 자주 외치며 호응했다. 무대의 출연자와 객석의 어린이들이 소리로 교감하면서 판소리 특유의 열린 공연 분위기가 나타났다.
지역에서 이어지는 전통문화 교육
이번 프로그램은 흥보가 한 편을 관람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의 무형유산 보유자에게 판소리를 직접 배우고 그 소리와 장단을 공연으로 확인하도록 구성됐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전통문화 교육은 어린이에게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판소리의 개념과 이야기를 먼저 설명한 뒤 공연을 보여주는 방식은 작품의 이해를 도왔다. 참가자들은 추임새를 직접 넣고 고수의 북 장단을 들으면서 수동적인 관람을 넘어 공연의 한 부분으로 참여했다.
대전무형유산전수교육관에서 운영된 이번 일정은 지역의 전통문화가 교육과 공연을 통해 전승되는 현장을 보여줬다. 국가유산청과 대전광역시, 대전문화재단, 대전무형유산전수교육관이 함께 마련한 프로그램을 통해 어린이와 청소년이 무형유산을 보다 친숙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됐다.
판소리 다섯 마당의 이야기와 교훈, 소리꾼의 표현, 고수의 장단, 관객의 추임새가 하나의 과정으로 연결됐다. 우리 전통문화를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접하도록 돕는 공공 문화예술 교육의 구성이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펼쳐졌다.
대전무형유산전수교육관 위치
프로그램이 열린 대전무형유산전수교육관은 대전광역시 대덕구 동춘당로94번길 50에 있다.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무형유산 교육과 음악극 판소리 ‘흥보가’는 이곳에서 진행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