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인연 소네자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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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인연 소네자키

대전 중구 소극장에 오른 작품

대전 중구 곳곳의 소극장에서 제17회 대전국제소극장연극축제 참여작 공연이 열렸다. 이 가운데 극단 떼아뜨르 고도는 소극장 고도에서 연극 소네자키, 붉은 이슬로 맺히다를 선보였다.

공연장은 대전광역시 중구 중앙로112번길 13 삼진빌딩 4층에 자리한다. 소극장 고도 인근에는 별별마당 우금치와 옛 대전중부경찰서 건물이 있다. 공연 시간이 가까워지자 극장 앞에는 예매한 표를 현장 티켓으로 교환하려는 관객들의 줄이 이어졌다.

극장 앞에는 극단 떼아뜨르 고도의 여러 작품과 연출진, 출연 배우를 소개하는 자료가 놓였다. 제17회 대전국제소극장연극축제 참가작을 설명하는 팸플릿도 함께 비치돼 관객들이 공연에 앞서 작품의 줄거리와 무대 정보를 확인할 수 있었다.

문화 공간으로 돌아온 상무관

소극장 고도 맞은편 옛 대전중부경찰서 주변에는 대전 커먼즈필드 상무관이 자리하고 있다. 현재 공식 명칭은 대전 구 충청남도 경찰청 상무관이다.

자료에 따르면 이 자리에는 1930년대 말 일본 전통 양식의 무덕관이 있었다. 해방 이후 건물이 소실되면서 기초만 남았고, 1963년 그 기초 위에 현재의 건물이 세워졌다. 오랜 시간이 흐르며 시설이 노후화했지만 최근 리모델링을 거쳐 안전을 강화했고, 대전 커먼즈필드 상무관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활용되고 있다.

상무관 안내판에는 내부 면적이 158평으로 표시돼 있다. 미터법으로 환산하면 약 522㎡다. 외관에서 받은 인상보다 내부 공간이 넓으며, 한쪽에서는 제17회 대전국제소극장연극축제 부대행사가 진행됐다.

이곳에서는 사전에 선착순으로 모집한 초등학교 고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연극 체험 프로그램 연극아 놀자가 운영됐다. 공연 관람에 머물지 않고 어린 학생들이 연극을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마련된 축제 프로그램이었다. 리모델링된 지역 공간이 시민 문화 활동의 무대로 쓰이고 있다는 점도 현장에서 확인됐다.

지하 공연장을 채운 관객들

소극장 고도의 실제 공연장은 지하에 마련돼 있다. 관객들은 입장 전 팸플릿을 펼쳐 작품 내용을 살펴보거나 일행과 기념사진을 촬영하며 공연 시작을 기다렸다. 객석에는 적지 않은 관람객이 자리해 축제 참여작에 대한 관심을 보여줬다.

소네자키, 붉은 이슬로 맺히다의 무대는 공연이 시작된 뒤에도 별도의 전환 없이 처음 구성된 상태를 유지했다. 무대 전체에는 어둡고 모호한 분위기가 형성됐으며, 바닥에는 꽃잎이나 돈처럼 보이는 물체가 흩어져 있었다. 그 위로 붉고 긴 천이 놓이면서 두 인물의 관계를 시각적으로 드러냈다.

남녀 배우 두 명은 처음부터 끝까지 느린 움직임과 낮은 목소리로 대화를 이어갔다. 빠른 사건 전개보다 인물의 말과 움직임, 무대에 흐르는 정서를 따라가도록 구성된 공연이었다. 작품의 분위기와 전개 방식이 낯설 수 있어 팸플릿에 실린 시놉시스를 먼저 읽은 관객은 인물 관계와 상황을 파악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느슨한 붉은 천이 잇는 두 사람

작품에는 40대 남성 도쿠베와 유흥가에서 살아가는 30대 여성 오하츠가 등장한다. 두 사람을 붉은 천으로 이은 장면에서 도쿠베가 천이 왜 이토록 느슨한지 묻자, 오하츠는 언제든 놓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이 대화는 극 중 두 차례 반복된다. 붉은 천은 두 배우를 무대 위에서 연결하지만 단단하게 묶이지 않은 채 느슨한 상태를 유지한다. 관객은 반복되는 대사와 천의 움직임을 함께 지켜보며 두 사람의 관계와 선택을 따라가게 된다.

자료집에 따르면 소네자키는 도쿠베와 오하츠가 삶을 마감하기 위해 찾아가는 숲이다. 작품은 두 인물이 그곳을 향하는 과정과 대화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빽빽하고 기괴한 숲의 이미지와 일본 특유의 정서를 담은 무대여서 국내 관객에게는 다소 생소하게 다가갈 수 있는 작품이었다.

원작의 시대감을 살린 의상

대전국제소극장연극축제 자료집에 수록된 사진에서는 배우들이 평상복을 입고 연기하는 모습이 소개됐다. 그러나 소극장 고도 공연에서는 18세기 일본 원작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일본식 의상을 입고 무대에 올랐다.

의상은 어둡고 절제된 무대, 붉은 천과 함께 작품의 시대적 배경을 드러내는 요소로 사용됐다. 공연은 무대 장치를 자주 바꾸는 대신 배우 두 명의 대화와 움직임, 의상과 천의 대비를 중심으로 약 70분 동안 이어졌다.

첫 공연을 마친 뒤에는 관객과의 대화가 진행됐다. 관객들은 공연을 본 뒤 배우와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으며, 현장에는 관람 후기를 남길 수 있는 정보도 마련됐다.

축제 뒤에도 이어지는 무대

극단 떼아뜨르 고도는 제17회 대전국제소극장연극축제 이후 연극 루저들의 셰익스피어 신상 털기를 소극장 고도 무대에 올린다고 알렸다. 안내된 공연 기간은 2026년 10월 13일부터 10월 21일까지다.

제17회 대전국제소극장연극축제는 대전 중구의 소극장과 지역 문화 공간을 연결해 여러 공연과 체험 행사를 선보였다. 소극장 고도에서는 일본 원작의 정서와 두 인물의 대화를 중심으로 한 작품이 관객을 만났고, 대전 커먼즈필드 상무관에서는 초등학교 고학년 학생들이 참여하는 연극 체험이 진행됐다.

공연장과 지역 문화시설이 함께 활용되면서 대전 중구 곳곳이 연극을 보고 경험하는 축제 공간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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