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의 가을 예술로 물들다

대전 서구의 익숙한 공원과 거리가 사흘 동안 거대한 미술관이자 공연장으로 변했다. 작품을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그리고 만들며 예술가와 관람객이 함께 축제를 완성했다.
‘2026 대전 서구 아트페스티벌’은 2026년 10월 9일부터 11일까지 샘머리공원과 보라매공원 일원에서 ‘서구 아트를 칠하다’를 주제로 열렸다. 여유롭게 쉬고 즐긴다는 의미와 색을 입힌다는 뜻을 함께 담은 행사였다. 관람객들은 가을빛이 내려앉은 공원을 걸으며 작품 앞에 멈췄고, 곳곳에서 이어진 음악과 체험을 저마다의 속도로 즐겼다.
열 번째 맞은 도심 예술축제
2016년 시작된 대전 서구 아트페스티벌은 2026년 10회째를 맞았다. 그동안 전시와 공연, 체험을 두루 선보인 축제는 올해 예술가와 관람객이 작품을 매개로 소통하는 자리를 넓혔다. 누구나 직접 만들고 그릴 수 있는 참여 프로그램도 한층 풍성하게 마련됐다.
축제 기간 샘머리공원과 보라매공원 일대에는 회화와 공예, 조각, 미디어아트, 음악 공연이 어우러졌다. 어린이부터 청소년, 중장년층과 어르신까지 같은 공간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예술을 경험하는 모습이 이어졌다.
공원 전체가 열린 미술관
보라매공원 인접 도로에는 100개의 아트마켓 부스가 늘어섰다. 회화와 공예 등 다양한 작품이 관람객을 맞았고, 작가들은 작품에 담긴 생각과 제작 과정을 직접 설명했다. 관람객들은 설명을 들으며 작품의 재료와 표현을 천천히 살폈다.
마음에 드는 작품을 구매하거나 아트갤러리 경매에 참여하는 자리도 마련됐다. 작품을 바라보는 감상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미술품을 소장하는 경험까지 이어진 것이다. 예술가에게는 작품을 소개하고 관람객과 만나는 기회가 됐으며, 관람객에게는 작품의 의미를 가까이에서 이해하는 시간이 됐다.
공원 안에서도 발길이 닿는 곳마다 새로운 작품을 만날 수 있었다. 서은혜 작가와 대전여성미술가협회, 지역 대학이 참여한 특별전시관에서는 서로 다른 배경과 세대의 작가들이 각자의 작품세계를 펼쳤다. 여러 시선과 표현 방식이 한 공간에 모이면서 전시의 폭을 넓혔다.
나무와 잔디 사이에 놓인 야외 조각 작품은 평소 시민들이 오가던 산책길을 자연스러운 전시장으로 바꿨다. 관람객들은 작품 앞에서 걸음을 늦추고 형태와 재료를 살폈다. 사진을 남기거나 함께 온 사람과 감상을 나누는 모습도 곳곳에서 이어졌다.
가을밤 밝힌 아트빛터널
해가 진 뒤에는 보라매공원 460m 구간에 조성된 아트빛터널이 낮과 다른 풍경을 만들었다. 형형색색의 빛과 미디어아트가 가을밤의 산책길을 밝히자 오가던 사람들은 걸음을 멈추고 장면을 카메라에 담았다.
빛을 따라 천천히 걷는 관람객과 사진을 남기는 시민들이 이어지면서 산책길은 밤늦도록 활기를 띠었다. 낮에는 조각과 회화가 공원의 풍경을 바꿨고, 밤에는 빛과 영상이 새로운 전시 공간을 완성했다.
손끝으로 함께 만든 작품
올해 축제에서는 관람객도 예술을 완성하는 주체가 됐다. 공원 곳곳에 돗자리를 편 어린이들은 도화지 위에 자신이 바라본 축제 풍경을 그렸다. 프린지무대 앞 도로에서는 참가자들이 분필로 선과 색을 하나씩 더했다. 평범했던 바닥은 여러 사람의 손길이 모이면서 커다란 화폭으로 변했다.
그래피티 라이브페인팅도 사흘 동안 이어졌다. 처음부터 완성된 작품을 전시한 것이 아니라 축제 기간 관람객의 참여를 차곡차곡 더해 하나의 결과물로 완성했다. 참여자들이 남긴 서로 다른 흔적은 공동 작업이라는 축제의 의미를 선명하게 보여줬다.
낙서벽화와 골판지 아트, 와이어 아트, 목재 체험에서는 재료를 직접 자르고 다듬고 색칠해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 수 있었다. 완성품뿐 아니라 손으로 재료를 다루고 형태를 만들어 가는 과정 자체가 예술 체험이 됐다.
로봇 수납함과 기린 책꽂이 만들기, 목재 놀이기구 체험 공간에는 가족 단위 관람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어린이들은 놀이와 제작을 함께 경험했고, 가족들은 완성 과정을 지켜보거나 힘을 보태며 축제를 즐겼다.
자원순환을 예술과 놀이로
버려지는 물건에 새로운 쓸모를 더하는 체험도 마련됐다. ‘자원순환으로 그린 아트마당’에는 주민 3,000여 명이 참여했다. 폐양말목과 커피박, 바다유리, 병뚜껑 등 평소 버려질 수 있는 재료가 생활용품과 공예품으로 다시 태어났다.
참여자들은 재료의 쓰임을 직접 바꾸면서 자원순환의 의미를 자연스럽게 익혔다. 자전거 발전기를 이용해 비눗방울을 만들고, 인공지능 재활용 회수 로봇을 체험하는 프로그램도 운영됐다.
환경 실천을 설명으로만 전달하지 않고 놀이와 제작 과정에 담아낸 점이 특징이었다. 관람객들은 예술 체험을 즐기는 동시에 버려지는 자원을 다시 활용하는 방법을 몸소 경험했다. 보고 즐기는 축제에 생활 속 실천이 자연스럽게 더해진 시간이었다.
낮과 밤을 채운 음악
음악 공연은 축제의 낮과 밤을 풍성하게 채웠다. 첫날에는 쿨의 이재훈과 포레스텔라가 공연을 펼쳤고, 무대가 끝난 뒤에는 불꽃이 밤하늘을 수놓았다.
둘째 날에는 밴드콘서트가 열렸으며 펀치와 하하&스컬이 무대에 올라 관객의 호응을 이끌었다. 서로 다른 색깔의 음악이 이어지면서 공연장은 관객의 박수와 환호로 활기를 띠었다.
마지막 날에는 도슨트 정우철의 해설과 성악이 어우러진 아트콘서트가 열렸다. 듀에토와 소향, 열린오케스트라도 함께 무대를 꾸며 열 번째 축제의 마지막 밤을 장식했다. 미술 작품을 중심으로 한 축제에 해설과 성악, 대중음악, 오케스트라 공연이 더해지면서 관람객이 즐길 수 있는 예술의 범위도 넓어졌다.
공원과 거리까지 이어진 무대
공연은 정해진 무대에만 머물지 않았다. 거리공연과 버스킹은 축제장 곳곳에서 관람객과 만났다. 공원을 걷던 시민들이 우연히 공연을 발견해 잠시 멈추고 음악을 들었으며, 연주가 끝나면 웃음과 박수로 화답했다.
공연자를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모이면서 공원과 거리는 또 하나의 무대가 됐다. 별도의 전시장이나 공연장에 들어가지 않아도 산책하는 과정에서 작품과 음악을 만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도심형 예술축제의 성격이 두드러졌다.
예술가와 시민이 완성한 사흘
축제가 열린 사흘 동안 시민들은 미술관이나 공연장 밖에서도 자연스럽게 예술을 만났다. 작품 앞에 멈춰 작가의 설명을 듣고, 직접 만들고 그리며, 거리에서 만난 공연에 박수를 보내는 모든 순간이 예술을 경험하는 과정이 됐다.
어린아이부터 청소년, 중장년층과 어르신까지 같은 공간을 공유하면서도 각자의 편안한 속도로 축제를 즐겼다. 누군가는 아트마켓에서 작품을 살폈고, 누군가는 야외 조각과 빛의 터널을 걸었다. 어린이와 가족들은 만들기와 자원순환 체험에 참여했고, 공연을 찾은 관객들은 낮과 밤의 무대를 함께 채웠다.
열 번째 대전 서구 아트페스티벌은 작품을 들고 나온 예술가와 축제장을 찾은 시민, 무대 안팎에서 재능과 손길을 보탠 사람들이 함께 완성한 행사였다. 익숙했던 공원과 거리는 전시장과 공연장, 체험장이 됐고 관람과 참여의 경계는 한층 가까워졌다.
열 번째 축제는 막을 내렸지만, 2016년부터 이어진 서구 아트페스티벌은 새로운 10년을 향한 출발점에 섰다. 도심의 일상적인 공간에 예술을 더하고 시민이 직접 참여하도록 한 이번 행사는 대전 서구의 가을을 다채로운 색과 음악으로 채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