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 변동 골목서 열린 하우스 콘서트

서구 변동 골목서 열린 하우스 콘서트
대전광역시 서구 변동의 한 오래된 주택에서 지난 8월 22일, 특별한 하우스 콘서트가 개최됐다. 하우스 콘서트는 일반적인 공연장 대신 가정이나 개인 공간에서 소규모로 진행되는 음악회로, 무대와 객석의 거리가 가까워 연주자의 숨결과 음악의 울림을 직접 느낄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이번 공연은 남진 작곡가가 기획·연출을 맡아 도시정비사업으로 변화하는 구도심의 풍경과 그곳에 깃든 사람들의 기억을 음악으로 기록하고, 익숙한 공간을 떠나야 할지도 모르는 이들의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 마련됐다.
공연이 열린 장소는 남진 작곡가의 자택으로, 오랜 세월 한 사람의 삶을 품어온 집이 이날만큼은 작은 공연장으로 변모했다. 남 작곡가는 도시정비구역에 포함된 자신의 집이 언젠가는 떠나야 할 공간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이번 음악회를 기획했다. 그는 "소박하고 정겨운 우리 동네의 풍경이 사라지면 그 온기 속에서 영감을 얻어 작곡해 온 제 삶의 시계도 달라지겠지요"라며 소회를 전했다.
공연장 거실 중앙에는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괘종시계가 놓여 있어 지나간 시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으며, 남진 작곡가는 오래된 시계를 들고 이동하는 퍼포먼스를 통해 흘러가는 시간과 떠날 준비를 하는 구도심의 모습을 음악과 함께 표현했다. 이번 음악회는 남지우 작곡가가 공연 구성과 프롤로그 위촉 작곡에 참여해 시계 초침 소리의 변화를 전자음향 효과로 연주하며 원도심이 지닌 시간의 의미를 깊게 일깨웠다.
공연은 남진 작곡가의 작품 떠날 채비를 하는 구도심을 중심으로 다채로운 연주진이 참여해 구도심을 바라보는 작곡가의 시선과 정서를 전했다. 한수진 싱어송라이터의 시적인 낭송, 남현이 소프라노의 정갈한 목소리, 강나영 피아니스트의 연주가 어우러져 골목길과 지붕마다 깃든 추억을 보듬는 초연 무대를 선보였다.
또한 슬레이트 지붕 위 오동나무 꽃은 소제동과 변동 골목길에서 만난 보랏빛 오동나무 꽃에서 영감을 얻은 곡으로, 유현문 가야금 연주자와 허정인 플루트 연주자, 강나영 피아니스트가 마이크 없이도 울림 가득한 선율을 전했다. 새 떼가 날아간 하늘 끝과 멀리서 빈다는 메조소프라노 전진의 호소력 짙은 음색과 따뜻한 노랫말이 더해져 정든 터전을 떠나거나 남아 있는 이들에게 깊은 위로를 건넸다.
스페셜 무대로는 이민하 소설가와 연채원 피아니스트가 함께한 피아노 듀엣 연주(가브리엘 포레 'Dolly Suite, Op.56')가 펼쳐져 구도심 마당에서 뛰놀던 순수한 유년의 기억을 불러일으켰다.
공연 후에는 목원대학교 권선필 교수와 음악평론가 오지희 씨가 함께 자리해 공간과 도시 변화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권 교수는 공간을 사람들을 연결하는 작은 중심으로 바라보며, "우리는 오래된 것이 사라질 때보다 내 삶의 일부가 된 익숙한 관계와 풍경이 사라질 때 더 큰 상실감을 느낀다"고 말하며, 그곳을 떠나야 하는 이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정책과 공동체 공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음악회가 끝난 뒤에는 다과가 마련된 거실에서 참석자들이 둘러앉아 도심 재개발과 지역 변화, 음악과 문화예술에 관한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이어졌다. 무대와 객석의 경계가 가까운 하우스 콘서트의 특성상 음악으로 시작된 만남이 자연스럽게 사람과 사람의 대화로 이어졌다. 따뜻한 차와 다과를 나누며 이날 공연이 전하고자 했던 '기억'의 의미가 한층 더 가까이 다가왔다.
공연을 마치고 변동 골목길로 나서는 순간, 평소와는 다른 시선으로 그 풍경을 바라보게 되었다. 단순히 건물의 모습이 아닌 그 공간에서 함께 보낸 삶의 기억이 그리워질 것임을 느꼈다. 도시는 변하더라도 함께했던 시간과 이야기를 기억하고 기록한다면 공간의 모습이 달라진 뒤에도 그 온기는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이번 하우스 콘서트처럼 서구 곳곳에 사람의 이야기가 따뜻하게 오래 남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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