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흥동 무대의 깊은 울림

가을빛이 짙어진 대전 대흥동 일대가 소극장 연극의 열기로 채워졌다. 2026년 9월 28일부터 10월 10일까지 13일간 열린 2026 제17회 대전국제소극장연극축제는 지역과 국경을 넘어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무대에 올렸다.
올해 축제의 주제는 MODERN ASIA였다. 대전 지역 극단을 비롯해 서울과 경남의 극단, 베트남·튀르키예·중국 공연팀이 참여했다. 전쟁과 사랑, 기억과 노년, 인공지능, 이주와 정체성 등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마주한 여러 고민이 대전 곳곳의 소극장에서 펼쳐졌다.
무료로 만난 어린 왕자
축제 참가작 가운데 연극 어린 왕자는 대전연극협회가 자체 제작해 시민에게 무료로 선보인 작품이다. 공연은 2026년 10월 9일과 10일 오후 4시, 대흥동 소극장 마당에서 열렸다.
| 작품 | 어린 왕자 |
|---|---|
| 공연 일시 | 2026년 10월 9일과 10일 오후 4시 |
| 관람 연령 | 10세 이상 |
| 공연 시간 | 70분 |
| 장소 | 소극장 마당 |
| 제작 | 대전연극협회 |
성별을 바꾼 배역과 각색을 통해 새롭게 구성된 무대에는 화려하고 다채로운 의상이 등장했다. 무용을 전공한 주연 배우는 가볍고 섬세한 몸짓으로 인물의 감정을 표현했고, 배우들은 풍부한 표정과 움직임으로 이야기를 이끌었다. 객석의 어린이들도 무대를 바라보며 공연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작품은 익숙한 이야기를 새로운 무대 언어로 풀어내면서 메시지와 재미, 감동을 함께 전했다. 공연이 끝난 뒤에는 관객과 배우가 함께 사진을 찍는 시간도 마련돼 무대의 여운을 이어갔다.
가까운 거리에서 느끼는 연극
소극장의 핵심적인 매력은 배우와 관객 사이의 가까운 거리다. 객석에서는 배우의 숨소리와 미세한 표정 변화까지 느낄 수 있다. 규모가 큰 공연장과 달리 무대와 객석의 경계가 가깝기 때문에 관객이 작품의 감정과 흐름에 빠르게 몰입할 수 있다.
대전국제소극장연극축제는 이러한 공간적 특성을 바탕으로 서로 다른 지역과 문화의 이야기를 밀도 있게 전달했다. 작품마다 소재와 표현 방식은 달랐지만, 오늘날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는 점에서 연결됐다. 지역 소극장이 시민과 공연예술을 잇는 생활 속 문화 공간이라는 점도 확인할 수 있었다.
한 배우가 만든 열다섯 인물
축제의 여운은 대흥동의 문화 공간인 아신극장 2관에서 공연된 염쟁이 유씨로 이어졌다. 아신극장은 은행동과 중앙로역 인근에 자리하고 있으며, 주변에서 식사나 카페 이용 후 공연을 관람하기에 연결하기 쉬운 위치에 있다.
아신극장 2관은 160석 규모다. 무대와 객석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 배우의 움직임과 대사, 표정이 객석에 직접 전달되는 소극장 특유의 밀도 높은 분위기가 형성된다.
염쟁이 유씨는 2004년 처음 무대에 오른 뒤 20년 넘게 공연된 모노드라마다. 조상 대대로 시신을 씻기고 수의를 입히는 염을 업으로 삼아온 유씨가 자신의 마지막 염을 앞두고 기자를 부르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유순웅 배우는 혼자 무대에 서서 유씨와 기자, 장의업자, 가족 등 모두 15개 역할을 소화한다. 인물마다 목소리와 표정, 몸짓을 달리하며 장면을 전환하고, 한 명의 배우가 여러 사람의 관계와 시간을 무대 위에 펼쳐 보인다.
죽음에서 삶으로 향한 질문
죽음과 염이라는 소재는 무겁게 느껴질 수 있지만, 공연은 재치 있는 연기와 관객과의 소통을 더해 이야기를 풀어낸다. 객석에서는 웃음이 이어지고, 염의 절차도 극의 흐름 안에서 자연스럽게 소개된다.
관객이 직접 무대에 올라 배우와 함께 장면을 만들어가는 순간도 있다. 이러한 참여 방식은 90분 동안 배우와 관객의 거리를 더욱 좁히고, 매회 현장에서 만들어지는 소극장 공연의 생동감을 드러낸다.
작품이 끝내 던지는 질문은 죽음 자체보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가깝다. 웃음으로 시작한 장면들은 삶과 가족, 평범한 일상을 되돌아보게 하는 여운으로 이어진다. 부모와 자녀, 연인 등 다양한 관객이 함께 관람하며 각자의 삶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작품이다.
대흥동 소극장 위치
| 공간 | 위치 | 특징 |
|---|---|---|
| 소극장 마당 | 대전광역시 중구 대종로 456 성우빌딩 지하 1층 | 어린 왕자 공연 장소 |
| 아신극장 | 대전광역시 중구 대종로 458 | 2관 160석 규모 |
두 공연장은 대전 중구 대종로에 나란히 자리한다. 대흥동과 은행동, 중앙로역 인근의 일상적인 도심 공간에서 가까운 거리로 연극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대전국제소극장연극축제와 상설 공연은 지역 문화예술의 접점을 넓히고, 시민이 배우의 호흡을 가까이에서 느낄 기회를 제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