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필로 피어난 사의적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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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필로 피어난 사의적 정원

전형주 개인전 사의적 정원

대전 중구 문화예술의 거리에 자리한 아리아갤러리에서 전형주 작가의 개인전 《사의적 정원》이 열리고 있다. 전시는 2026년 10월 23일 시작해 11월 4일까지 이어진다.

대전·충청 지역을 중심으로 40여 년 동안 작품 활동을 이어온 전형주는 자연 풍경을 정적이고 고요한 화면으로 풀어내는 작가다. 이번 전시에서도 풀과 이끼, 갈대와 나무, 꽃밭과 논밭을 비롯한 자연의 여러 모습을 회화로 선보인다.

눈앞의 자연을 그대로 옮기는 데 그치지 않고, 기억과 감각을 거쳐 내면의 풍경으로 다시 구성한 작품들이 전시의 중심을 이룬다. 조용한 전시장에 놓인 작품들은 멀리서 바라볼 때와 가까이 다가가 살펴볼 때 서로 다른 인상을 전한다.

반복된 세필이 만든 풍경

전형주 작품의 두드러진 특징은 가느다란 붓을 사용하는 세필 기법이다. 수없이 반복된 선이 화면을 촘촘하게 채우며 풀과 나무, 갈대와 이끼의 형태를 만든다. 작은 선들이 겹쳐 하나의 풍경을 이루기 때문에 화면 전체에서는 고요한 분위기가 나타나지만, 가까이에서는 선들이 움직이는 듯한 생동감이 드러난다.

작품 속 자연은 정지된 장면처럼 차분하게 펼쳐진다. 그러나 세밀하게 쌓인 붓질을 따라가면 식물이 자라고 바람이 지나가는 듯한 흐름도 읽을 수 있다. 정적인 형상과 살아 있는 자연의 감각이 한 화면에서 함께 나타나는 점이 전형주 회화의 특징이다.

이 같은 표현은 자연 안에 흐르는 시간과 존재의 감각을 살피는 작가의 작업 방식과 이어진다. 현실에서 마주한 풍경은 작가의 기억과 감각을 통과한 뒤, 실제 장소와 닮았으면서도 내면의 정서가 반영된 장면으로 바뀐다.

산과 바다와 정원의 구성

전시 제목과 같은 이름을 지닌 작품은 비슷한 높이의 산들이 물결처럼 이어지는 풍경을 담고 있다. 우리나라 지형의 특성이 반영된 산세가 화면을 가로지르며 넓고 깊은 자연의 규모를 보여준다. 이 작품은 이번 전시 포스터에도 사용됐다.

이어지는 작품들에는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여러 자연 풍광이 펼쳐진다. 상당수 화면은 하늘과 바다, 정원을 세 영역으로 나누어 구성한다. 각 공간을 가르는 수평선과 지평선은 화면의 질서를 잡아주고 차분한 정서를 형성한다.

바다와 정원 사이에는 형형색색의 넓은 꽃밭이 등장하고, 곡식을 기르는 논과 밭, 무성하게 자란 풀도 자리한다. 이러한 소재는 단순한 배경이나 장식이 아니라 작가의 예술적 정체성과 내면의 감각을 드러내는 주요 요소로 다뤄진다.

작품마다 달라지는 하늘

하늘 역시 전형주 작품을 이루는 중요한 부분이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이 펼쳐지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흔히 뭉게구름으로 불리는 적운이 떠 있는 장면도 있다. 구름의 크기와 형태, 배치가 작품마다 다르기 때문에 비슷한 구도의 풍경도 서로 다른 분위기를 낸다.

화면 위쪽의 하늘과 아래쪽의 바다·정원은 수평적인 구성을 이루며 안정감을 더한다. 동시에 각기 다른 구름과 식물의 세부 표현은 작품에 변화를 만든다. 관람객은 전체 구도를 먼저 바라본 뒤 세필로 표현된 작은 선과 식물, 구름의 차이를 가까이에서 살펴볼 수 있다.

전시장에서는 작품을 멀리 두고 볼 때 고요하고 정돈된 인상이 두드러진다. 반대로 화면 가까이에서는 반복된 붓질과 촘촘한 선이 눈에 들어오면서 자연의 세부가 더욱 선명하게 살아난다. 같은 작품이 관람 거리에 따라 정적인 풍경과 움직이는 장면이라는 두 가지 감각을 전하는 셈이다.

관람 일정과 운영 정보

《사의적 정원》은 2026년 11월 4일 수요일까지 휴관 없이 진행된다. 관람 시간은 매일 정오부터 오후 7시까지다. 다만 전시 마지막 날에는 작품 철거 작업으로 평소보다 일찍 문을 닫을 수 있다.

아리아갤러리에는 큐레이터가 상주하며 관람객에게 작품 설명을 제공한다. 갤러리는 전시 기간과 성격, 운영 시기에 따라 정기 휴관일을 둘 수 있지만 이번 전형주 개인전 기간에는 별도의 휴관일 없이 관람객을 맞는다.

전시명전형주 개인전 《사의적 정원》
전시 기간2026년 10월 23일 금요일부터 11월 4일 수요일까지
관람 시간매일 오후 12시부터 오후 7시까지
전시장아리아갤러리
장소대전광역시 중구 중앙로170번길 48 1층
문의아리아갤러리 0507-1327-0531

이어지는 하반기 전시

아리아갤러리는 2026년 하반기에 1주에서 2주 간격으로 새로운 개인전을 기획했다. 전형주 개인전이 끝난 뒤에도 여러 작가의 전시가 순차적으로 예정돼 있다.

  • 최보경 개인전: 2026년 11월 8일부터 11월 21일까지
  • 유하나 개인전: 2026년 11월 23일부터 11월 29일까지
  • 김노유진·이재은 전시: 2026년 12월 2일부터 12월 13일까지
  • 안하정 개인전: 2026년 12월 14일부터 12월 20일까지

문화예술의 거리에서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세필로 쌓아 올린 자연과 작가의 기억이 어떻게 하나의 내면 풍경으로 완성되는지를 보여준다. 산과 바다, 하늘과 정원이 수평적인 화면 안에서 만나고, 반복된 선들은 고요한 풍경에 섬세한 움직임을 더한다.

세필로 피어난 사의적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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