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레소리와 기우제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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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레소리와 기우제의 귀환

대덕의 농경문화를 한자리에

대전 대덕구 동춘당 역사공원 원형광장에서 제1회 대덕구 민속예술한마당이 열렸다. 대덕문화원이 주관한 이번 행사는 목상동 들말두레소리와 계족산 무제를 차례로 선보이며 농경시대 주민들의 생활과 공동체 문화를 되짚었다.

광장에서는 노동의 고단함을 노래로 이겨낸 농민들의 모습과 가뭄 속에서 비를 기다렸던 주민들의 간절한 마음이 재현됐다. 공연자와 관람객이 한 공간에서 장단과 몸짓을 나누면서 행사는 지역 민속예술의 의미를 세대 간에 전달하는 자리가 됐다.

일과 노래가 하나였던 들말두레소리

목상동 들말두레소리는 대덕구 문평동의 옛 들말 지역에서 농민들이 함께 부르던 노동요다. 힘든 농사일의 피로를 덜고 여러 사람이 작업 속도와 호흡을 맞추는 역할을 했다. 농사를 개인의 일이 아니라 마을 공동체가 함께 감당해야 할 생활로 받아들였던 당시의 모습을 담고 있다.

농경생활에서 흙과 물은 생업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였다. 홍수로 쓸려 내려간 흙을 보충하거나 축대를 쌓을 때에는 토산 다지기 소리를 불렀다. 추수가 끝난 뒤에는 마을 주민의 평안과 복을 기원하는 토산제를 지냈다. 공동으로 사용하던 샘에서는 고사를 올리고 지신밟기를 하며 샘고사 소리를 이어갔다.

들말두레소리 공연은 다음 순서로 진행됐다.

  1. 토산 다지기
  2. 토산제
  3. 샘고사
  4. 모찌기
  5. 모심기
  6. 아시매기
  7. 이듬매기

대평소와 풍물 장단이 울리자 원형광장에는 농사 현장의 흥겨운 분위기가 살아났다. 모내기를 앞두고 모를 찌는 과정에도 노래가 따랐다. 주민들은 노래로 힘을 모으고 반복되는 노동의 피로를 덜었다.

본격적인 모심기에서는 여러 사람이 모줄에 맞춰 나란히 움직였다. 모를 일정하게 심어야 이후 논에 난 풀을 매는 아시매기와 이듬매기를 수월하게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공연은 노래와 동작을 통해 농사 과정마다 축적된 생활의 지혜를 구체적으로 보여줬다.

새참에 담긴 공동체의 휴식

농사일에서 새참은 빠질 수 없는 시간이었다. 들말두레소리 공연 중에도 막걸리와 부침개를 곁들인 새참 장면이 펼쳐졌다. 뜨거운 날씨와 고된 노동을 잠시 잊고 다시 일할 힘을 얻는 휴식이자, 함께 음식을 나누며 공동체의 결속을 다지는 시간이었다.

목상동 들말두레소리는 2002년 대전광역시 무형유산으로 지정됐다. 행사에는 목상동 주민들이 참여해 오랜 세월 지역에서 전승된 소리와 농사 동작을 선보였다. 주민이 직접 전승 주체로 나섰다는 점에서 지역 문화유산의 현재적 의미도 확인할 수 있었다.

가뭄을 이기려는 계족산 무제

들말두레소리가 끝난 뒤에는 계족산 무제가 이어졌다. 계족산 무제는 옛 회덕 지역에 심한 가뭄이 들었을 때 주민들이 계족산에 올라 비가 내리기를 기원했던 기우제다. 물이 부족하면 농사와 마을의 생존이 모두 위협받았던 시대의 절박함을 의례에 담았다.

계족산 무제는 다음과 같은 절차로 펼쳐졌다.

  1. 무제풍장굿
  2. 유왕마지기
  3. 대동샘 솥뚜껑 기우
  4. 날궂이 기우
  5. 암장발굴 기우
  6. 무제 제수 준비
  7. 계족산 무제
  8. 화연 기우
  9. 비맞이 대동굿

무제의 시작을 알린 무제풍장굿에서는 극심한 가뭄을 맞은 마을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 풍물을 치는 장면이 재현됐다. 빠르고 힘찬 장단은 흩어진 주민을 불러 모으고 마을 전체의 뜻을 하나로 모으는 역할을 했다.

부녀자들이 이끈 기우 의례

계족산 무제에는 부녀자들도 함께 참여했다. 유왕마지기는 비를 주관한다고 여긴 용왕에게 정성을 드리는 절차다. 대동샘 솥뚜껑 기우에서는 부녀자들이 효험이 있다고 여긴 솥뚜껑을 가져가고, 이를 발견한 사람들이 몽둥이를 들고 뒤쫓는 장면이 이어졌다.

날궂이 기우에서는 아낙네들이 빨래를 하는 등 용소를 일부러 더럽히는 행위를 통해 비를 기원했다. 공연자들은 하늘과 천지신명에게 비를 내려 달라고 빌며 가뭄을 견뎌야 했던 주민들의 간절함을 표현했다.

암장발굴 기우는 가뭄의 원인으로 여긴 부정을 없애기 위해 삽과 괭이로 암장을 파헤치는 의례다. 이어진 제수 준비에서는 소가 끄는 연자방아로 곡식의 껍질을 벗기고 찧었으며, 떡매로 떡을 쳐 제사에 올릴 음식을 마련했다. 연자방아와 떡메질이 재현되면서 관람객은 전통 농기구의 쓰임과 제수 준비 과정을 함께 살펴볼 수 있었다.

검은 연기 뒤에 이어진 대동굿

정성껏 준비한 음식을 바탕으로 계족산 정상에서는 유교적 절차에 따른 제가 진행됐다. 무제의 절정은 계족산 상봉에 불을 피우는 화연 기우였다. 불과 연기로 하늘에 가뭄의 절박함을 알리는 의례였다.

계족산에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먹구름이 밀려오는 상황이 표현되자 사람들은 한데 어우러져 비맞이 대동굿을 펼쳤다. 풍물 장단과 집단의 움직임이 더해지면서 광장에는 비를 기다리는 간절함과 비를 맞이하는 공동체의 흥이 함께 드러났다.

계족산 무제는 2025년 제66회 한국민속예술제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이번 민속예술한마당에서는 수상 작품의 구성과 지역에 전해진 기우제의 의미를 주민들이 가까이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세대를 잇는 지역 민속예술

제1회 대덕구 민속예술한마당은 농경생활을 기억하는 주민에게는 옛 마을의 풍경과 공동노동의 기억을 되살리는 무대가 됐다. 농경문화를 직접 경험하지 못한 세대에게는 모찌기와 모심기, 김매기, 새참, 연자방아, 기우제의 절차를 한 흐름으로 이해할 기회를 제공했다.

들말두레소리와 계족산 무제는 서로 다른 형식의 민속예술이지만, 자연에 의지해 살아가던 주민들이 협력하고 위기를 견뎠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하나는 노동의 피로를 노래와 장단으로 덜었고, 다른 하나는 가뭄을 극복하려는 염원을 공동의 의례로 표현했다. 두 공연은 대덕의 농경문화가 소리와 몸짓, 제례와 풍물 속에서 이어져 왔음을 보여줬다.

행사 장소와 문의

행사 장소동춘당 역사공원 원형광장
소재지대전광역시 대덕구 동춘당로 80
주관대덕문화원
행사 문의대덕문화원 042-627-7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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