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도심을 깨운 각자의 운동

대전 원도심에 번지는 가을 예술
가을 기운이 짙어지는 2026년 10월, 대전 원도심 곳곳에서 문화예술 행사가 이어지고 있다. 소극장들을 중심으로 대전국제소극장연극축제가 열리는 가운데, 골목 안 갤러리에서도 미술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공연장과 전시 공간이 가까운 거리에서 각자의 프로그램을 선보이면서 원도심은 다양한 문화예술을 한자리에서 접할 수 있는 공간으로 채워지고 있다.
그중 갤러리 꼬씨꼬씨에서는 청년 작가 김진우의 개인전 각자의 운동을 선보이고 있다. 빵을 구입한 뒤 보관함에 맡기고 원도심 곳곳을 둘러보는 방문객들이 골목을 따라 이동하며 갤러리 문화까지 함께 살펴보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익숙한 먹거리와 오래된 골목, 젊은 작가의 미술이 한 동선 안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풍경이다.
작은 골목 끝에서 만나는 갤러리
갤러리 꼬씨꼬씨는 대전광역시 중구 중교로 29에 자리한다. 큰길에서 바로 눈에 띄는 시설이 아니라 작은 골목 안쪽에 있다. 골목 끝에 있는 갤러리 바로 옆의 동원식당을 기준으로 삼으면 위치를 확인하기가 한결 수월하다.
전시 공간은 원도심 골목에 오랫동안 남아 있던 작고 오래된 집의 구조를 활용하고 있다. 관람객은 작품뿐 아니라 건물에 남은 시간의 흔적도 함께 살펴볼 수 있다. 실내 천장에는 서까래와 상량문이 남아 있어 전시를 관람한 뒤 위쪽을 천천히 살펴보는 것도 공간을 이해하는 방법이다. 오래된 집과 현대미술이 한 공간에 공존하면서 원도심 갤러리만의 분위기를 형성한다.
복합문화공간의 마을 프로그램
꼬씨꼬씨는 전시를 여는 갤러리이면서 복합문화공간으로도 활동한다. 입구에는 마을 캠퍼스 프로그램 안내가 마련돼 있다. 2026년 하반기 프로그램은 8월 7일 시작해 11월 27일까지 이어지는 일정으로 소개됐다.
| 프로그램 | 주요 내용 |
|---|---|
| 라온 숨결 소리 | 오카리나 초급과 중급 과정 |
| 물빛 수채화반 | 수채화 교육 |
| 소통의 달인 프로젝트 | MBTI 등을 활용한 진로상담 |
| 장 담그기 | 된장과 간장, 고추장 만들기 |
음악과 미술, 진로상담, 전통 식문화까지 서로 다른 분야의 네 가지 교육이 한 공간에서 운영된다. 오래된 집의 여러 부분을 프로그램과 전시에 맞게 활용하는 모습은 원도심의 기존 공간이 문화 활동의 무대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청년 작가가 그린 움직임
각자의 운동은 움직이는 사람과 그 움직임이 남기는 에너지를 회화와 설치 작업으로 풀어낸 전시다. 김진우 작가는 2006년생 청년 작가로, 대학에 입학해 미술을 전공하고 있는 것으로 소개됐다. 작품에서는 거칠고 강렬한 붓 터치와 역동적인 신체 표현이 두드러진다.
전시는 운동하는 생명체마다 고유한 음향이 있으며, 중복된 궤적으로 진동하면서 자신과 비슷한 존재를 찾아간다는 설정을 바탕으로 구성됐다. 작가는 이 설정을 움직임이 큰 인물과 신체, 회화와 설치 작품으로 구현했다. 빠르게 질주하거나 몸을 웅크리고, 낯선 사람과 한 공간에 서 있는 인물들이 각기 다른 운동과 긴장을 드러낸다.
움직임이 크게 표현된 작품들 사이에는 가만히 서서 정면을 응시하는 인물도 등장한다. 인물의 몸은 멈춰 있지만 붉은 배경과 강한 색채가 화면의 긴장을 유지한다. 동작이 없는 인물에서도 에너지가 느껴지도록 구성된 작품이다.
유리와 철사로 확장된 신체
전시장 앞쪽에는 설치 작품 본심과 가리지, 가려지지 않았던이 놓여 있다. 왼쪽의 본심은 유리로 제작됐으며, 관람 위치와 시선에 따라 형태가 다르게 읽힌다. 상처 입은 마음을 떠올릴 수도 있는 형상이다. 오른쪽 작품은 쭈그리고 앉은 사람처럼 보이기도 한다. 두 작품은 특정한 형태 하나로 고정되기보다 관람자의 관점에 따라 여러 모습으로 인식된다.
전시장 안쪽에는 철사로 만든 조형물도 있다. 몸통만 남긴 조각상인 토르소처럼 보이는 이 작품의 제목은 날개다. 신체의 일부처럼 보이는 형상과 날개라는 제목이 나란히 놓이면서 관람객의 해석을 이끈다. 컴퍼스를 그린 작품 역시 도구의 형태를 넘어 인체 일부처럼 보이도록 표현됐다.
나아가려는 몸과 붙잡는 손
바람을 가르며 질주하는 듯한 인물을 그린 작품에서는 앞으로 향하려는 움직임이 선명하다. 그러나 인물의 뒤에는 몸을 붙잡는 거대한 손이 등장한다. 화면 속 사람은 나아가고 싶지만 자유롭게 나아가지 못하는 모습으로 읽힌다. 속도감과 제약이 하나의 장면 안에서 맞부딪친다.
오일 파스텔로 제작한 이 작품의 제목은 도망친 곳에 뭐가 있는지 정확히 모르면서도 일단 도망쳐야 함은 확실히 아는이다. 긴 제목은 화면 속 인물의 급박한 움직임과 알 수 없는 목적지를 함께 드러낸다. 어디로 향하는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지금 있는 곳을 벗어나려는 동작은 확실하게 표현돼 있다.
치과로? 안과로?라는 질문 형태의 제목을 지닌 작품도 전시된다. 제목 자체가 관람객에게 화면을 다시 바라보도록 한다. 작품의 형상과 제목 사이의 관계를 따라가며 의미를 짚어보게 만드는 구성이다.
엘리베이터에 흐르는 낯선 긴장
전시에는 웅크린 사람과 엘리베이터 안의 낯선 사람들을 그린 작품도 있다. 서로 가까운 공간에 서 있지만 두 사람은 상대를 외면하고 있다. 제한된 공간에서 시선을 어디에 둘지 고민하는 몸짓과 정적인 분위기가 화면에 담겼다.
이 작품의 제목은 하나의 짧은 문장이 아니라 장면을 세밀하게 묘사하는 긴 글로 이뤄졌다. 정적, 침 삼키는 소리, 느린 시간, 소리를 내거나 움직이면 안 돼, 가만히, 자신이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비로소 인식하게 되었다, 동공의 흔들림, 다시 시선 처리라는 제목이다.
정적과 침 삼키는 소리, 느리게 흐르는 시간, 흔들리는 동공과 시선의 움직임이 차례로 제시된다. 제목이 그림 속 상황을 설명하는 삽화처럼 기능하면서, 엘리베이터에서 낯선 사람과 마주했을 때 나타나는 행동을 구체적으로 따라간다.
큰 작품 위에는 숫자 4가 들어간 작은 작품이 배치돼 있다. 제목은 시선의 종착점은 유난히 도드라지는 숫자 안전한 선택이다. 낯선 사람을 직접 바라보지 않기 위해 시선을 숫자에 두는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큰 작품과 작은 작품이 연결되면서 인물의 시선이 어디로 향하는지 보여준다.
색채 안에 모인 여러 사람
전시의 끝부분에는 종교 건물의 색 유리화인 스테인드글라스를 연상시키는 작품이 놓여 있다. 여러 색이 구획된 화면 안에서 다양한 자세를 취한 사람들이 발견된다. 인물들이 한 화면 안에 겹쳐진 모습은 힌두교 사원의 여러 군상 조각을 떠올리게도 한다.
입구에서 보이는 거친 붓 터치의 작품은 얼핏 추상적인 화면처럼 다가오지만, 소재는 생선의 머리다. 작가는 말을 하고 있어도 서로의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을 이 형상으로 표현한 것으로 설명됐다. 구체적인 대상을 강한 붓질로 변형해 사람 사이의 소통 문제를 나타낸 작품이다.
작품을 사이에 둔 대화
전시장에서는 김진우 작가와 관람객들이 작품을 함께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도 이어졌다. 작품의 형태가 사람마다 다르게 보일 수 있는 만큼, 같은 작업을 두고도 여러 반응과 해석이 오갔다. 작은 전시 공간은 작품을 조용히 감상하는 장소인 동시에 작가와 관람객이 가까운 거리에서 의견을 나누는 자리로 기능했다.
갤러리 꼬씨꼬씨의 이번 전시는 움직이는 몸과 멈춘 시선, 앞으로 나아가려는 힘과 이를 붙잡는 힘을 다양한 방식으로 보여준다. 유리와 철사, 오일 파스텔, 거친 붓질로 표현된 작품들은 서로 다른 자세를 취하지만 모두 사람의 몸과 움직임을 중심에 둔다.
오래된 원도심의 집 안에서 2006년생 청년 작가의 시선이 펼쳐진다는 점도 이번 전시의 특징이다. 관람객은 회화와 설치 작품을 차례로 살펴본 뒤 건물의 서까래와 상량문까지 확인하며 공간 전체를 함께 감상할 수 있다. 대전 원도심의 골목과 오래된 건축, 젊은 미술이 맞닿은 현장이 갤러리 꼬씨꼬씨 안에 펼쳐져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