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을 물들인 책의 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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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을 물들인 책의 물결

가을 유림공원에 펼쳐진 책의 바다

깊어가는 가을, 대전 유성구 어은동 유림공원 동편 잔디광장이 책과 문화가 어우러지는 축제 공간으로 변신했다. ‘서락서락(書樂書樂) 책이 좋아 써(書)’를 슬로건으로 내건 ‘2026 유성독서대전’은 자연 속 독서부터 작가와의 만남, 체험 프로그램, 전시, 공연까지 폭넓게 마련했다.

행사장에는 책을 펼쳐 든 시민과 체험 활동에 참여하는 가족 단위 방문객이 이어졌다. 선선한 바람이 부는 잔디광장에는 캐노피와 텐트, 빈백이 놓였고, 방문객들은 공원 풍경을 바라보며 저마다의 방식으로 독서를 즐겼다. 책을 중심으로 세대가 함께 머물 수 있도록 꾸민 점이 이번 행사의 특징이었다.

시민을 맞은 공원 안내 공간

유림공원 주차장에서 공원 입구로 들어서면 목재로 제작된 ‘유림문화공원 이용안내문’을 확인할 수 있다. 안내문에는 공원 시설을 보호하고 쾌적한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방문객이 지켜야 할 이용 수칙이 담겼다. 많은 사람이 찾는 독서 축제에서도 공공시설을 함께 아끼고 질서를 지키도록 돕는 안내 역할을 했다.

산책로를 따라 이동하면 계룡건설 창업주 유림 이인구 선생의 공덕비도 만날 수 있다. 이 공덕비는 사재를 출연해 유림공원을 조성하고 대전시에 기부채납한 뜻을 기리고 있다. 시민을 위한 녹지 공간이 독서와 문화를 나누는 축제의 무대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공원의 의미가 한층 선명하게 드러났다.

국화와 책이 어우러진 포토존

공원 중앙에는 분홍빛 국화꽃 단지와 펼쳐진 책 모양의 조형물이 배치됐다. ‘2026 유성독서대전’이라는 행사명이 적힌 타이틀 판도 국화로 화려하게 장식됐다. 고즈넉한 문학마을작은도서관의 전경까지 한 화면에 담을 수 있어 시민들이 기념사진을 남기는 장소로 활용됐다.

책 조형물과 가을꽃, 작은도서관이 한데 어우러진 공간에서는 방문객들이 서로 사진을 찍어 주거나 다정한 자세를 취했다. 축제장 곳곳을 둘러보던 시민들의 발길도 자연스럽게 이곳에 머물렀다.

주요 작가와 나누는 깊은 이야기

2026 유성독서대전은 여러 작가와 독자가 직접 만나는 북토크와 강연을 마련했다. 방송인이자 작가인 김영철은 결혼·출산·육아아카데미 연계 강연인 ‘영어가 즐거운 아이로 키우기’를 주제로 독자들과 만났다.

이슬아 작가는 ‘누군가를 사랑하고, 누군가를 쓰는 일’을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냈으며, 정지우 작가는 ‘AI시대, 글쓰기는 어떻게 바뀌는가’를 다뤘다. 사랑과 기록의 관계부터 인공지능 시대의 글쓰기 변화까지 서로 다른 주제를 통해 책과 글을 바라보는 폭을 넓혔다.

소설가 최은영은 2026년 10월 11일 오후 1시 메인무대에서 ‘백지 앞에서를 읽는 시간’ 북토크를 진행했다. 최은영의 첫 산문집을 중심으로 마련된 자리로, 독자들이 작품과 작가의 이야기를 함께 접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어린이와 가족을 위한 작가 만남

어린이와 가족 방문객을 위한 동화 작가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고대영 동화작가와 유설화 동화작가, 하신하 어린이·동화작가가 참여해 어린 독자들이 동화와 작가의 세계를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도록 했다.

성인 독자 중심의 강연에 머물지 않고 어린이 프로그램을 함께 구성하면서 가족 구성원이 각자의 관심에 따라 축제를 즐길 수 있게 했다. 아이들에게는 책 속 이야기를 만든 작가를 만나는 기회가 되고, 가족에게는 한 공간에서 독서 경험을 공유하는 시간이 됐다.

대전과 유성을 담은 지역 작가들

대전과 유성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지역 작가들의 작품과 이야기를 소개하는 북토크도 열렸다. 손미, 이보현, 이다영, 임은혁, 문광연 작가가 참여해 지역 문학의 다양한 면모를 보여줬다.

문광연 작가는 2026년 10월 10일 오후 3시 문학마을작은도서관 1층에서 초등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와 맹꽁이다 맹꽁이 이야기’를 진행했다. 어린이와 보호자가 작품의 소재와 이야기를 함께 살펴볼 수 있도록 마련된 프로그램이었다.

지역 작가 프로그램은 멀리 있는 문학이 아니라 시민이 생활하는 대전과 유성의 공간에서 탄생한 작품을 만나는 자리였다. 지역의 이야기와 시, 작품을 한자리에서 소개하면서 독자와 지역 창작자를 연결했다.

지역 출판물과 작품을 한자리에

우드 매대에는 ‘지역을 담다 지역출판 도서와 지역작가 작품’ 전시가 꾸려졌다. 손미, 이보현, 이다영, 임은혁, 문광연 작가를 비롯해 대전과 유성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의 책과 시집이 정갈하게 놓였다.

방문객들은 매대를 따라 이동하며 지역 작가의 시와 문장을 살펴봤다. 한 권의 책이 지역의 경험과 정서를 어떻게 담아내는지 확인할 수 있었고, 북토크에 참여한 작가의 작품도 전시 공간에서 다시 만날 수 있었다. 강연과 전시를 연결해 지역 문학을 입체적으로 소개한 공간이었다.

1922년부터 이어진 뉴베리상 특별전

인근 부스에서는 ‘한눈에 보는 뉴베리상’ 특별전이 진행됐다. 1922년부터 2026년까지 역대 뉴베리 수상작을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한 전시였다.

아동·청소년 문학작품을 연도별로 둘러볼 수 있어 어린이뿐 아니라 함께 방문한 보호자도 작품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었다. 오랜 세월에 걸쳐 수상한 작품들을 직접 비교하고 읽으며 세대를 이어 온 아동·청소년 문학의 가치를 확인하는 자리로 꾸려졌다.

손으로 완성하는 오감 독서 체험

넓게 설치된 하얀 캐노피 아래에서는 ‘병뚜껑 업사이클링 체험’과 ‘매직페이퍼 키링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펼쳐졌다. 가족들은 테이블에 둘러앉아 준비된 재료를 살펴보고 각자의 작품을 완성했다.

책을 읽고 강연을 듣는 활동에 손으로 만들고 표현하는 체험을 더하면서 축제의 즐길 거리가 넓어졌다. 가을바람이 드나드는 캐노피 아래에서 어린이와 보호자가 함께 작업하는 모습이 이어졌고, 완성된 결과물을 서로 보여 주는 풍경도 눈에 띄었다.

취향에 맞는 책을 찾는 북큐레이션

전시 테이블에는 문학동네시인선을 비롯해 ‘사람을 사랑해도 될까’, ‘귀촌하는 법’, ‘소탕대전’ 등 여러 도서와 안내 리플렛이 정돈돼 있었다. 방문객들은 책의 표지와 내용을 차례로 살펴보며 관심 분야에 맞는 책을 골랐다.

북큐레이션은 많은 책 가운데 무엇을 읽을지 고민하는 독자에게 선택의 실마리를 제공했다. 시집과 다양한 주제의 책을 함께 배치해 익숙한 분야뿐 아니라 평소 접하지 않았던 작품에도 자연스럽게 눈길이 닿도록 했다.

잔디밭에 문을 연 야외도서관

동편 잔디광장에는 목공 캐노피 그늘막과 텐트, 푹신한 빈백을 갖춘 야외도서관이 조성됐다. 방문객들은 편안한 자리를 골라 앉거나 기대어 책장을 넘겼다. 공원의 푸른 자연과 독서 공간이 맞닿으면서 실내 도서관과는 다른 분위기가 형성됐다.

낮에는 캐노피 그늘 아래로 선선한 가을바람이 지나갔다. 해가 지고 노을빛이 번지자 노란 꼬마전구가 하나씩 불을 밝혔고, 야외도서관은 차분한 저녁 서재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책을 읽는 시민과 잔디밭을 거니는 가족들이 함께 어우러져 가을 축제의 정취를 더했다.

자연 속에서 책을 읽는 경험은 이번 독서대전의 중심 장면이었다. 책을 매개로 시민이 쉬고, 머물고, 대화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 잔디광장 위에 펼쳐졌다.

팝페라와 시 낭송으로 연 개막식

오후 5시 40분 메인무대에서는 팝페라 식전공연과 함께 개막식이 시작됐다. 클래식 선율이 잔디광장에 울려 퍼지자 무대 주변으로 관람객이 모였고, 축제장은 낮의 독서 공간에서 저녁 공연장으로 자연스럽게 전환됐다.

공연 이후에는 정용래 유성구청장과 시민 대표들이 무대에 올라 시를 낭송했다. 가을밤의 정서를 담은 시구가 차분하게 이어졌으며, 잔디밭에 자리한 관람객들은 낭송에 귀를 기울였다. 행정과 시민이 함께 시를 읽는 구성은 책과 문학을 중심에 둔 개막식의 성격을 분명하게 보여줬다.

시 낭송 직후에는 개막 불꽃놀이가 이어졌다. 금빛 불꽃이 밤하늘을 수놓으며 개막식의 마지막을 장식했고, 관람객들은 하늘을 바라보며 축제의 순간을 함께했다.

책과 문화가 이어진 유성의 가을

2026 유성독서대전은 주요 작가 북토크와 동화 작가 프로그램, 지역 작가 전시, 뉴베리상 특별전, 만들기 체험, 북큐레이션, 야외도서관과 개막 공연을 한 공간에 담아냈다.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각자의 관심과 방식에 따라 책을 접할 수 있도록 구성한 종합 독서문화 행사였다.

특히 대전과 유성 지역의 작가와 출판물을 별도의 전시와 프로그램으로 조명하고, 시민이 자연 속에서 편안하게 독서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 공공 녹지와 작은도서관, 지역 창작자와 시민이 책을 중심으로 만난 자리라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

행사가 열린 유림공원은 대전광역시 유성구 어은로 27에 있다. 동편 잔디광장과 문학마을작은도서관 일대에 주요 프로그램과 전시, 체험 공간이 마련돼 방문객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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